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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봇이 최초로 퍼블릭에 공개 되었을 때, 세간의 반응은 냉혹했다.
테슬라봇은 아장아장 걸음걸이를 이어가며 넘어질 듯 안 넘어질 듯의 횡보를 보여주었지만,
주가는 (기억이 맞다면 아마도) 이를 비웃는 듯이 고꾸라졌었다
국평오라는 단어를 부모님은 싫어하시는 모양이지만, 나는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며 국평오가 또 증명되었구나 싶었다.
당시에도 유튜브 영상 및 일론 머스크의 설명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면서 개인적인 경외감을 감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벤트 직후에, 우연찮게 한국로봇연구원의 박사가 특정 커뮤니티 사이트에 쓴 글을 읽었는데, 그 역시 같은 의견이었다.
그 때만해도 로봇교육업체에서 아르바이트와 로봇 제어 프로젝트를 병행하던 동생과도 나름 긴 토의를 할 수 있었는데,
역시나 우리가 같은 의견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주가의 흐름과 달리, 크게 주목했던 건 일론 머스크의 설명이었다
"연구 1년 만에" / "AI를 통한 제어로"
전통적으로 레퍼런스가 가득 쌓여 있는 기계제어 영역에서조차 걷기란 로봇에서 매우 어려운 영역이다.
(로봇은 뛰기 구현이 걷기 구현보다 쉽다. 따라서 기본적 걷기가 된다는 것은 왠만한 정적인 동작은 안정적 구현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그런데 고작 1년만에?! 걷기를 구현했다는 것도 대단한데,
AI를 이용한 휴머노이드 걷기 제어에 성공했다는 것은,
기존 로봇공학 R&D 패러다임을 통째로 부셔버리고, 가히 다른 레벨의 기술 수준에 홀로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또한, AI제어이기 때문에, 레퍼런스 확장성이 말도 안되게 좋았다.
기계 별로, 세팅 값을 매번 매제품 최적화해야되는 기계제어와 달리, AI가 빠르게 최적해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각종 불리한 조건을 그대로 유지한 채 (포스텔의 법칙인 셈이다) 시연을 착수했다는 용기와 결단에 더욱 놀라웠다.
- 아우터 소재에 신경을 크게 쓰지 않았다 -> 마찰이나 저항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 모터 사이즈를 표준화 소형화하여, 스스로 제어 리스크를 떠안았다.
- 바닥재 혹은 가이드 등, 로봇 보행에 유리할 수 있는 외부환경을 전혀 구축하지 않았다
- 시연장은 스테이지로, 빛의 간섭이 많다. -> 로봇의 비전 처리를 위한 별도의 조명을 세팅하지 않았다
나의 예측대로, 23년 테슬라봇은 AI 베이스 로봇의 엄청난 성장세와 가능성을 그대로 보여주었다고 본다.
훨씬 유려해진 움직임, 3D 비전 처리와 자율적인 판단 및 행동 등 가능성의 실링을 높이고, 시대를 앞당겼다.
테슬라봇을 기점으로, 로봇과 AI는 어쩌면 더 이상 다른 섹터가 아니게 되버린 건지도 모른다.
기존의 AI기술은, 로봇의 판단 과정에 있어서 보조적인 역할만 수행했었다.
예컨데, 카메라를 통해 제품의 결점을 판단하는 영역은 AI가 담당하고, 그에 따른 조치는 기계제어가 담당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휴머노이드 제어조차 AI제어가 가능함을 보여준 마당에,
로봇이 고작 미리 프로그래밍 된 1번행동 또는 2번행동 중 택일하는 동안,
사람이 나머지 비정상 이벤트를 핸들링 하는 장면은 왠지 어색하다.
하지만, 여전히 테슬라 외 기업들이 시도조차 못하는 것은,
테슬라의 로봇AI제어 레벨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리소스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오히려 무서운 것은, 같은 도메인의 경쟁사들이 아닌 AI 역량이 충분한 빅테크 기업들이다.
위 레퍼런스는 AI로 단순히 로봇제어를 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LLM을 통해, 프롬프트 기반으로 쉽게 로봇제어하는 법을 연구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다관절 로봇의 엉성한 움직임이 마치 테슬라봇의 첫 시연만큼이나 어설프지만,
당 연구가 빅테크 레벨로 전이될 경우를 테슬라봇의 빠른 기술 성장 사례에 대입해 상상해보자.
곧 로봇 제어 AI 서비스 상품 -> 공장 AI 제어 서비스 상품 출시가 머지 않을 것만 같다.
AI의 생산성 향상이라는 말이, 정말 제조업 분야에도 문자 그대로로써 적용되게 되는 것이다.
당장 테슬라 수준의 EV 생산성에도 휘청거리는 마당에, 빅테크 엠블럼이 붙는 자동차를 이길 수 있을까?
북미에서도 GM 포드 자동차노조와 고용의 문제가 있는 터라,
미국 정부에서 빅테크의 자동차 도메인 진출을 허용해 줄리는 근 미래에 없다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마그나, 폭스콘처럼 빅테크에게 자동차 생산에 대한 어필을 꾸준히 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는 한,
절대 안심할 수는 없고, 어떻게 해야 팔로업을 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생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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