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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인사이트

OpenAI Sora 발표와 비디오 기획 & IT 서비스에 끼치는 영향 예상

by 랜턴K 2024.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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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맡은 업무는 아니었지만)

운이 좋게도 대기업의 마케팅 (엄밀히 말하면 마케팅은 아닌데,)영상 제작 과정을 어깨 너머로 볼 기회가 종종 있었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경우, 또 발주된 영상이 대량인 경우 비디오 크리에이터의 업무는 분화된다. 

콘티 담당, 연출 담당, 촬영 담당, 편집 담당 등, 콘베이어 벨트를 갖춘 공장식으로 비디오를 산출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각 단계마다 기획 역할을 하는 사람의 분화가 두드러질 수 있다.

콘티 담당도 기획자의 역할을 하고, 촬영 사전, 연출과의 협의에서도 기획자 롤플레잉이 일어나며, 

촬영하는 중에도 환경에 맞는 각 요소의 재기획이 리얼 타임으로 발생한다. 

FX를 추가하는 편집 과정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분화는 실사 촬영 뿐 아니라, 디지털 영상 제작도 마찬가지다.   

 

여느 일이 그렇듯 소통의 접점은 트러블메이커다.  

최종 프로덕트인 영상과 동떨어진 형태의, 텍스트 / 보이스로 기획 과정이 전달되므로,

커뮤니케이션 당사자의 내심적 상상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 결과로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심지어, 구조적으로 리지드한 이미지도 사람마다 연상하는 방법이 다름을 알게되었다.

똑같은 내용의 순서도를 학습한 후 서로 그려보기 실험을 했는데, 참연한 모든 사람들이 서로 다르게 그리는 걸 발견했다)

 

특히, 내가 속한 도메인의 기술/테크 관련 영상인 경우에는 이 문제가 더 두드러진다. 

공학적인 이해가 없는 사람이 제작 과정에서 개입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논리적 또는 자연과학적인 요소들이 실수로 배제되거나 왜곡될 리스크가 기획 R&R이 변하는 지점마다 발생한다.  

이런 기획 의도에서 벗어나는 사고들은, 결국 크리에이터 업체의 편집 공수, 재촬영 공수 증가로 이어진다. 

 

그간, 위에서 설명하듯 영상이라는 프로덕트보다 낮은 차원의 커뮤니케이션의 비효율성을 피할 수가 없었다. 

3차원으로 커뮤니케이션할 도구가 현실적으로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Sora가 보여준, 비디오 생성형 AI는 이를 해결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Sora 같은 생성형 AI를 통해, 비디오 프로덕션 참여자들은 

특정한 FX, 카메라워크, 토픽에 대한 레퍼런스를 비교적 적은 노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동일한 레퍼런스를 가운데에 두고, 일관된 토의와 합의를 이끌 수 있게 되었다. 

  '일본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의 컷어웨이를 인서트해주세요.'

  '??? 이건 실사인데, 어떻게 해달라는 거죠?' 
때로 상대방이 직업인인 사람이기 때문에, 프로페셔널리티를 당연하게 가정하며 막연한 설명을 할 때가 많다. 

참여자는 이런 둔한 의사소통 대신에,

자신의 모호한 표현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노력을 객관적이며 공평한 AI에게 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디베이트와 설득의 근거를 수립하고, 좀 더 진취적이며 효율적인 합의를 이끌 수 있다.

  'AI가 제작한 예시가 좀 더 틸트업 속도가 빠른데, 이게 이 씬에서는 좀 더 긴장감이 있는 거 같아요'

  '전체적으로 빠르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이를 참조해서, 속도 그래프를 좀 더 만져보는 것도 좋겠네요'

 

비디오 뿐 아니라, IT 서비스 기획, 디자인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적 웹의 시대와 모바일 디바이스의 성능 향상은, 

좀 더 다양하고 진보된 컨텐츠를 소비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충분히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컨텐츠의 문제라기 보다는, 컨텐츠를 담고 있는 플랫폼이라는 틀 그 자체에 있는 경향도 있다고 생각한다. 

컨텐츠 중 몇몇은 플랫폼에 종속되야 하는 상황도 있기 때문에, 

이런 한계가 결국 컨텐츠 경험의 실링을 제한한다. 

가령, 자바스크립트로 웹에서 동적 fx를 구현하는 경우, 이런 fx는 웹이라는 환경에 구속된다.

따라서, 업무 주기가 빠른 컨텐츠 팀의 개입이 적어지고, 업데이트 및 트렌드 팔로업이 지연된다. 

 

비디오 생성형 AI는 IT 서비스의 창의성을 자극할 수 있다.

다양한 fx 또는 인터랙션을 제안할 수 있으며, 이는 기존의 이미지 생성형 AI가 제안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아이디에션의 활성화는, 업무 영역 확대와 그레이 존의 축소를 의미할 수 있으며,

나비효과처럼, 디자이너의 도움을 충분히 받지 못하던 IT 서비스의 그늘에도 무지개빛 가시광선이 쬘 여력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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