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3일 출장을 말레이시아로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동남아를 가본 적도 없었고,
회사 일적으로도 아태 지역과는 커뮤니케이션 할 일이 많지 않았어서
낯설음이 인도나, 중남미보다 몇 배는 더 했던 거 같다.
총 4일 간의 세미나 중에서 마지막 4시간을 할당 받았다.
사실 가기전에, 혼자서 4시간 짜리 행사를 진행할 수 있을까 싶었다.
팀장님이 웹 시스템 소개와 교육하려면 최소 4시간은 필요하다며 푸시하신 거였는데,
발표자 한 명이 4시간 세미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건,
무슨 전문적인 교육이 아니고서야, 단 한 번도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팀에서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조언 받을 수 있는 사람도 없고,
오직 팀장님의 20년전 이야기만이 준비하는 데 레퍼런스가 되었다.
처음에는 4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하는 건지 감도 안잡혔다.
이것저것 채워넣고 시간 배분해보고 하니 4시간 언저리는 되겠다 싶었는데,
①'나 혼자' , ② 4시간 세미나에, ③ 일부 실습까지 포함하다 보니 리허설 하기도 어려웠고
에라 모르겠다, 날 믿고 가자 싶었다.
아니 근데 또 나만 혼자 보내냐..도와줄 사람이라도 한 명 붙여주지
다행히 특별한 사고 없이, 4시간을 다 채워냈다.
앉아서 하는 것보다 일어서서 하는 발표를 내가 더 편하게 여긴다는 사실도 이번 기회에 알았다.
저번 중남미 출장 때는, 이곳저곳 '돌아다님을 당하면서', 중미지역에 대해
알게되는 시간이 있어서 좋았는데 반해서,
이번 출장은 일정이 너무 컴팩트해서
말레이시아 지역의 분위기나 현지인들의 바이브를 보기에는 시간이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공항 길이 꽤 멀었기에 말레이시아 자동차시장을 엿볼 기회가 되어 좋았다.
1. 말레이시아 도메스틱 브랜드인, 페르두아와 프로톤이 도로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현대/기아 자동차보다도 더 흔하게 보였다.
프로톤은 중국의 지리 자동차에 넘어갔고,
페르두아는 아직 말레이시아 국영 기업 중 하나로 건실하게 버티는 중이다.
인터넷에 따르면 프로톤은 미쓰비스로부터 기술 독립을 하면서 품질이 떨어진 반면
페르두아는 다이하츠와의 지속 제휴를 통해 품질이 좀 더 나은편인 것으로 보인다.
2. 공항-호텔을 이동할 때, 동남아의 Uber인 Grab을 이용했다.
의도한 건 아니였는데, 덕분에 프로톤이 어느정도의 내장 품질을 갖고 있는 지 확인할 수 있었다.
20년 전에나 쓰일법한 플라스틱 내장이었고, 조립 품질 등이 나빠보이지는 않았다.
6인승의 밴 타입 차량도 비슷한 내장 퀄리티를 보여주었는데,
동남아의 소득 수준을 생각할 때, 자동차라는 상품보다도,
자동차가 제공하는 '이동'이라는 가치에 훨씬 큰 방점을 소비자들이 두고 있구나 알 수 있었다.
3. 대부분이 국산차임에도 불구하고, 역시 일본차의 비중이 매우 높았다.
혼다, 도요타 뿐 아니라 마츠다, 미쯔비시 등의 브랜드도 이곳에서는 꽤 건재해보였다.
2시간 넘게 차로 이동하면서, 현대-기아 자동차는 2대 정도 봤던 거 같다.
원체, 동남아에서 도요타를 위시하는 일본 브랜드의 이미지가 좋다고는 많이 들었지만
막상 와서 보니 한국 자동차의 위상이라 할만한 게 없다싶을 정도로 처참하였다.
4. 말레이시아 현지 대리점 담당자와도 얘기를 나누었는데,
중국차량에 대한 고평가와 시장의 인식개선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큰 차이가 없는 저렴한 가격이 가장 경쟁력 요소로 모두가 동의하였다.
그 외, 한국 전기차 대비 강점으로는 커넥티비티와 AVN모니터를 중국차량의 장점으로 뽑았다.
프로톤의 AVN 모니터에서 허접한 증강현실 뷰가 구현된 것도 봤는데,
누가 AR-HUD보다 훨씬 낫다고 하였다.
온전히 동의하지는 않으나, 적어도 AVN 그리고 디스플레이의 중요성에 대해서
제 3세계 마켓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점이 무서웠다
현지인들끼리 분위기
1. 중남미 방문했을 때는 못느꼈던, 국가간 은근한 서열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지역의 주요 국가라고 볼 수 있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의 발언권이 매우 강했다.
그리고 그들이 발화하는 방법이나 내용 분위기가 그들 위주라는 느낌이 좀 들었다.
2. 중남미 때는 메이저 국가 위주로 세미나에 참석한 반면,
아태 세미나에는, 동남아권 국가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국가가 참석하였다.
이게 이유일 수도 있을 듯 싶다.
3. 영어 실력 그리고 교육 수준에 의한 차이일 수도 있을 듯 싶다.
아무래도 주요 국가일 수록 영어 실력이 미국식 영어에 가까우면서 유창한 데 반해
그렇지 않은 국가들은 동남아식 영어 발음에, 유창함과는 거리가 다소 있는 편이었다.
인도-영어만큼은 아니었지만, 중간 중간 알아듣기 어려운 순간들이 자주 있었다.
아태-동남아 지역의 비즈니스 분위기
1. 생각보다 높은 CX 그리고 마케팅 지식을 갖고 있었다.
KPI 기법이 비즈니스에서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과,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확실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밑에 서술할 그들이 관리하는 동남아 직원들의 특성에서 기인하는 게 크지 않나 싶다.
그들이 관리하는 인간들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비즈니스가 작동하지 않음을 경험을 통해 체득한 것이다.
2. 원래도 여러 매체를 통해 동남아지역의 사람들이 대개 그런 공통적인 성향,
사회적 분위기가 있음을 알았지만,
그들 스스로, 그들의 딜러가 게으르다고 설명할 줄은 몰랐다.
3. 관리자그룹에 속하는 그들이 그들의 딜러가 게으르다고 얘기를 하지만,
그런 점에서라면, 그들 자신도 사실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가령, 그들은 KPI의 무용함을 설명할때 '세일즈에서도 KPI가 무용함'을 근거로 들었는데,
비즈니스의 백본인 세일즈에 대해서도 어쩔수 없다는 식의 방목형 태도를
보이는 점은 솔직히 당황스럽고 실망스러웠다.
말 자체는 맞는 말이나, '어쩔 수 없다'는 식이 아니라
상황을 카운터하고 극복할 액티비티를 해야된다는 인식과 의지는 있어야 하지 않나 싶었다.
그들의 비즈니스 노하우란, 단순하게 그들이 관리하는 딜러들이
스스로 욕망을 채우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의존할 뿐인 것이었다.
4. 단순히 그들이 나쁘거나 게으르다라고 정의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은 아태 지역에서 분명히 꽤 성공한 집단이며,
그 집단에 들어가기 위해서 나름의 노력과 시간을 투자했을 사람들이었다.
그렇다면, 그들을 여태까지 쭉 낙담시킨 건 누구였을까?가 궁금해졌다.
한국에 있는 본사와 한국 관리자?
아니면, 그들이 갖고 태어난 국적?
그들이 관할하는 비즈니스 파트너 혹은 고객?
생각해봄직한 일이다.
특히 주재원 또는 동남아에서 비즈니스를 가질 기회가 온다면,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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