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여름, 내일 모레 전역하는 분대장의 강권과
군수과장의 차기 분대장을 이미 내정지은 듯한 분위기에 떠밀려
반 정도는 억지로 녹색 견장을 어깨에 달게 된 계절이었다.
남들은 작년보다 시원하다 했지만,
작년 여름 내내 오한을 앓았던 나에게는 18년 여름 햇살이 더 따갑고 짜증스러웠다.
알게 모르게 서로 헐뜯고 비난하는 분대원이나
그 와중에도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느라 마음이 쓰이는 분대원이나
이러면 이래서, 저러면 저래서 다 마음이 쓰였다.
몇 날은 잠에 들지 못할 정도로 고민이 많았고,
일 중독이 병이라는 걸 실감했던 경험도 처음으로 갖게 되었다.
스트레스가 두피 아래에서 야금야금 수박 속껍질을 숟가락으로 긁듯이 머리를 자극할 때가
꽤 자주 반복되었다.
안되겠다.
어느날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주말이었는 지, 주중이었는지, 개인정비였는지 모르겠다.
하여간 햇살이 창문으로 들어오는 시간 때였다.
진중 문고에 틀어박혀 리더십에 관한 책을 생에 처음으로 열댓권 연달아 읽었었다.
그런 날들이 또 오지 않을거라고
막연하게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내 방식대로만 풀고자 고집했던 그 때만의 문제일 거라고 생각해 왔는데...
23년 12월부터, 회사에서 4년차 이하의 동년배 매니저들을 모아 학습 조직을 운영하게 되었다.
18년의 내 고민의 바통을 24년의 내가 다시 건네 받게 되었다.
5년 정도의 텀이다.
그 때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군대와 회사라는 환경?
상명하복의 여부?
포상과 상벌의 난이도?
이런 것들도 맞겠지.
그래도 지금 내게 가장 크게 느껴지는 차이는 '시작'이다.
그 때는, 내가 리더가 되기를 당해버렸고, 이번에는, 내가 리더가 되겠다고 했다.
'실장님, 조건 3가지 맞춰주시면, 제가 학습조직 운영하겠습니다.'
미친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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