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퇴근 시간 직전이었고,
짧은 시간 안에 마무리 지을 수 있을 정도의 일이 더이상 내게 없었고
팀장님도 다소 한가해 보이는 그런 타이밍이었다.
"팀장님도 팀장을 하시면서 스트레스를 받으시나요?"
실 내에 저연차 매니저들을 모아 학습조직을 운영하면서
작지만 꾸준히 고민과 생각들이 쌓이는 거에 나는 확실히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느린 하류의 강물이 커다란 삼각지를 만들 듯이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었고,
곧 얽히고 섥혀 정리가 안되는 덤불이 그 위로 자라날 것만 같은 불안감도 함께.
스트레스를 주는 일과 사람들이 문제인지
스트레스를 받는 나 자체가 문제인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법을 모르는 지식과 스킬의 문제인지
뭐가 문제인지조차 스스로 진찰하는 게 어려웠다.
나는 남들보다 더 큰 난점이 있었다.
바로 도구가 없다는 점이었다.
보상도 채찍도,
그리고 연차와 직급이라는 관료주의 조직에서 뿌리박힌 유물도.
유인과 겁박책이 없이 서로 다른 개인을 하나의 방향으로 이끄는 것보다
만화처럼 해적단을 조직해서 바다에서 포류하는 게 훨씬 쉽겠다 싶었다.
나의 의지와 신념도 난점의 구속구로 작용했다.
'조직에서 물려주는 도구들과, 시스템에 학습된 방식이 있다고 해도, 나는 그것들을 쓰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강했다.
회사의 프로세스를 보면서 병목지점과 원인에 대해 고민하는 최근의 3년이었고
빅테크나 스타트업을 보면서 남들은 어떻게 일하는 건지 궁금해한 최근의 2년이었고,
나라면, 이렇게 할 텐데라고 신실한 생각을 쌓아온 최근의 1년이었다.
'Do the right thing'
왜나햐면 그 신념은 내가 믿는 올바른 일을 할 뿐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내가 속한 회사에서 나중에라도 더 나은 방식과 방법으로 가기 위해서,
나의 동기/후배급 매니저들에게 이 방식을 학습시킬 필요가 있다.
이게 회사에게도,
리더가 될 누군가에게도,
그 리더를 따를 나머지 사람들에게도,
올바른 목표와 방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더 합리적으로 일하는 게 더 즐겁게 일하는 길임에 동의할 수 있는 한, 포기할 수가 없었다.
팀장님과의 대화를 통해 그래도 생각을 조금은 정리할 수 있었다.
1. 회사 안의 스트레스가 바깥에서 영향을 주지 않게끔 의식적으로 조절하자
2. 테슬러의 법칙처럼,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가 새어나오는 것은 내 두뇌의 복잡성이 넘치는 것이므로, 받아들이자
3.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래서 리더 노트를 써보기로 했다.
1. 특정 공간으로, 나의 스트레스를 몰아내기 위해
2. 스트레스와 고민거리를 써내려서 버리듯이 저장할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3. 정리된 내용으로 나의 다음 행동을 수립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건강한 정신을 가진 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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