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활동을 개시하면서, 내가 가장 우려한 것 중에 하나는
이 활동이 '나의 것'으로 환원되는 것이었다.
막스 베버에 따르면, 1. 합법성 2. 카리스마 3. 역사적 타당성에 의해
피지배자는 지배자를 따른다고 하는데,
첫번째인 합법성을 제외한 나머지 요인이 시작부터 내게 있는 셈이었다.
따라서, 내가 원치 않아도 지배적 존재로서 존재하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를 피하기 위해 나는 적극적으로 지배자의 역할에서 탈출하려는 노력을 해야 했다.
'나의 것'으로 고착화되는 것을 염려한 이유는
한 명이 지배적인 존재로 군림하는 양상이
이 활동의 최종 목표하는 바와 대치되기 때문이다.
역할, 팀, 직급을 막론하고 자유로운 의견 공유와 협업,
지속적인 공동 지식 수준의 갱신,
실무 능력, 기반 지식을 기반으로 한 바텀업의 업무 스트림 변환 등.
이런 것들, 가령 진정한 의미의 수평적인 워크플로우와 조직 문화 변환 등을
일궈내려면 결국 탑다운 방식의 권력구조부터 해체해야한다.
하지만, '당신이 심연을 들여다볼 때, 심연도 당신을 들여다본다'는 니체의 말처럼
나의 존재와 활동의 시작 방식부터 모순에 갇혀있었다.
따라서, 프리세션은 매우 중요한 시간이었다.
왜냐하면, 상기의 구조적 문제점을 타파할 의도를 갖고 설계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 시간은 나머지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인위적인 안전지대였다.
나의 의견을 최대한 자제하는 대신,
구성원들이 제시하는 것을 조율만 하며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게 하는 게 목적이었다.
즉, 구성원들에게 이 활동을 그들이 직접 움직이는 경험을 지속 제공하고,
이런 경험들의 반복으로 주인의식을 재고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동시에, 전체의 의견을 만들어내는 경험이란, '공동'이란 의미를
전체에게 일관되게 환기시킬 수 있다는 부수적 장점 또한 있었다.
구성원 각자에게도 이 시간은 매우 의미있었다.
다들 모여서 학습 활동의 향방을 이야기하는 시간이란,
상호에게 건강한 자극을 줄 수 있는 대화를 반복할 수 밖에 없다고 보았다.
간접적인 타인을 관찰하고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구성원 각자가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여
개인적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시간으로 활용하고자 하였다.
세션1이 끝나고 첫번째 프리세션을 앞두고 있었을 때,
많은 구성원들이 '오늘 무얼 어떻게 해요'에 대해 물었다.
아마, 순수하게 하나의 조직의 향방에 대해 장시간 토의하는 경험이란
분명 흔치 않은 것이었기 때문이었을 테다.
하지만 나에게는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무얼 할지는 분명했으며, 어떤 그림이 나와야 할 지도 어느정도 그릴 수 있었다.
'다음 세션을 정하는 시간입니다. 무얼 하는 게 좋을지 의견 주세요.'
'다음 세션은 기획 관련해서 하신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 얘기에 기획을 칠판에 적었다.
하지만, 더 이상 의견이 나오질 않았다.
아뿔사, '집단사고의 오류'가 바로 눈 앞에 펼쳐진 것이었다.
나는 이내 내가 쓴 기획이라는 글씨를 칠판에 지우고,
꼭 이전의 세션과 연결시켜야 된다는 강박이나,
지금 능력부족으로 당장 시작할 수 없다는 생각을 배제한 채로
이야기를 꺼내보라고 이야기했다.
하나하나 이야기가 나왔고, 어느새 10개가 훌쩍 넘는 다음 세션으로 할 법한 주제가 나왔다.
한 번의 전체를 향한 개인의 목소리를 내는 경험이란
실로 위력이 대단했다.
내가 굳이 토의를 이끌지 않아도 어느샌가,
구성원들은 이 활동의 장기적인 공동 목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여러 이야기들이 나온 덕에, 2시간이란 시간은 훌쩍 차버리고 말았다.
내게는 꽤 성공적인 경험이었다.
의도했던 모든 것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각자의 생각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 상호간의 토의의 활성화,
집단이 스스로 토의의 방향을 새로이 잡아나가는 것 등.
앞으로가 꽤나 기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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