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구태여 학습조직을 내부적으로 발족하고 진행하는 것은 여러 의미가 있었지만, 이를 제외하고)
내가 속한 실 내부적으로 학습조직을 운영하는 데는 몇가지 목표가 있었다.
그 중, 가장 최초에 해당하는 목표는 아래의 것이었다.
'IT기술/제품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통과 의견 교류가 가능한 최소 수준의 공통 지식과 역량 확보'
말로는 어려울 게 없어보이는 이 목표조차 사실 고민을 거듭할 수록 쉽지 않았다.
첫째, 구성원의 일정 수준 이상의 의지와 참여도를 어떻게 인발할 수 있느냐가 근본적인 문제였으며
둘째, 도달해야할 공통지식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했고,
셋째, 같은 시간을 보내더라도 각자의 몰입도에 따라 격차가 발생하는 것은 자연적이었으므로,
넷째, 모두가 같은 시간을 같은 주제를 공부한다는 것은 결국 누군가 소외되거나 낙오됨을 의미했으며
다섯째, 소수의 승자만을 보장하는 시스템에서 갈등이 발생하지 않을리가 없었으며
여섯째, 결국 미래의 경쟁상대인 '우리'가 '동시 성장'한다는 플랜이 유연하게 작동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이는 초중고부터 대학교, 취업에 이르기까지
너무도 자연스런 자본주의의 구조였기 때문에
가히 이렇게 되지 않으리라고 부정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단순한 커뮤니티성 스터디로 운영해서는 반영구적 존재가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언제든 흩어질 준비가 되어있는 스터디로서는,
중장기간 이 활동이 영속하거나 어떤 갈등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
보다 근원적인 방향에서, 또한 이왕이면 장기적으로 구성원들을 결속시킬 수단이 필요했다.
(구성원의 결속을 확실하게 확보하는 수단 중 하나는
리크루팅 초기 단계부터 취약점을 제거하는 것이었는데, 이는 앞서 얘기했듯이 실패했다
기회의 평등이라는 내가 갖고 있는 정의관 (가령, 특정인하고만 이야기하여 발의하는 행위),
갈등을 피하기 위해 인위적 격차를 만드는 자기 모순,
인간의 가능성을 원천적 부정하는 행위에 대한 혐오 등의
오로지 나만의 이유로 실행하지 못했다. 아니 그러지 않았다.)
따라서, 나는 몇가지 만족시켜야 할 전제들이 있었다.
첫째, 상호 시기와 경쟁에 대한 가능성을 불식시킬 솔루션이 필요했다.
둘째, 갈등 발생의 가능성을 떠올릴 수 있는 중간 단계를 망각하고,
지속적인 학습활동을 인내할만한 매우 장기적인 목표가 필요했다.
가급적이면, 공동 승리를 확실하게 보장할 만한 목표라면 더욱 좋았다.
첫번째 전제 만족에 대한 답을 미국의 업계 최고 권위자들이 모여서
향후 산업, 동향, 기술적 트렌드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모습에서 떠올렸다.
자신이 딛고 서있는 도메인이 타인에 의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자기 확신과 여유가 있다면
타인을 시기나 견제하기보다, 타인의 발전을 자신의 발전으로 환원시키는 데 더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장면들을 해석하는 다른 관점으로는,
처음부터 경쟁을 회피할 수 있는 독보적 그라운드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손자병법부터 그리고 현대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관통하는 내용이다.
만약, 구성원 각자의 최고 강점이 겹치지 않은 채로 발전한다면,
상호 인정과 존중을 기반으로 시기, 질투, 경쟁의 당위성을 원천적으로 삭제 또는 억제할 수 있었다.
첫번째 전제보다, 두번째 전제에 대한 답을 내리는 것이 더욱 어려웠다.
장기적 목표를 선정하는 것 또한 매우 어려운 것이었지만 이를 차치하고
내 손으로 장기적 목표를 선정하는 행위 자체가
이 학습활동의 핵심 가치 중 하나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침해하는 행위였다.
바로 동기의 자생성의 문제였다.
이 활동으로 도달해야 할 조직의 모습이란,
회사에 내재되어있는 방식을 전지적 관찰자 시점에서 내려다보며
자생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협업을 실행하는 업무 환경을 조성함에 있다.
더 나아가, 전지적 관찰자 시점에서
업무 범위 내에서 자생적으로 다음 액티비티를 계획/기획하며
탑다운 방식의 모든 업무 활동을 바텀업 방식으로 완전 변환하는 것에 있었다.
이런 대변환이 필요한 이유로는,
현재 내가 속한 조직이 맞딱드리는 반복적인 문제의 원인으로는
각 조직원이 탑다운의 의사결정을 기다리는 어티튜드를 갖고 있거나
타조직에게 내가 속한 조직이 그렇게 보여지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러려면, 각자가 자생적으로 다음 목표를 수립할 수 있는 조직관부터가 다시 바로 서야 했다.
따라서, 내가 먼저 목표를 수립할 수 었었다.
내가 목표를 수립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로는,
이 학습조직에서 행해야할 '학습'의 종류 그 자체에 있었다.
이 학습조직에서 실행할 학습은, 세계에 의해 주어지는 동기로서 행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가령, 초중고 의무교육이라는 시스템,
그리고 당연히 그걸 받아들여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좋은 학점과 좋은 회사에 취업이라는 사회 구조적 합리성에 부합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보장되지 않은 성과 또는 결과를 위해서,
다소 맹목적이거나 혹은 개인별 자생적인 모티베이션을 기반으로 행해져야 했다.
사실 이는 매우 비자연적인 행동이기에, 소위 너드의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그래야만, 긴 시간 이것을 지속할 수 있을 터였다.
따라서, 나는 각자가 모티베이션을 세울 기회를 확보해주어야 했고,
이를 위해서 내가 먼저 목표를 세워서 기회를 침해해서는 안되었다.
이런 생각들을 바탕으로,
어떤 구조로 러닝랩을 진행할 것인지는 전부터 설계해둔 것이 있었다.
큰 골자는 공동의 기본 지식을 획득하는 것을 공동의 목표로 하되,
각자가 각자의 영역을 탐구하고 발전시킬 기회를 자유로이 부여하는 것이었다.
크게, 특정 주제를 바탕으로 공동학습을 진행하는 세션
그리고 각 세션이 끝나고 다음 세션에 돌입하기 전 정리하는 프리-세션 2개가 반복되는 구조를 짰다.
세션은 당연히 구성원간 상호 인터랙션할 수 있는 공동 지식을 확보하는 시간이었다.
반면, 세션 사이마다 위치하는 프리-세션의 존재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이 활동을 지속해야 하는 동기의 자생성을 토의하고,
집단 지성을 바탕으로 공동이 추구할 수 있는 장기적 목표에 대해서 조금씩 구체화하는 것에 있었다.
세션 역시 크게 2개의 활동이 반복되게 구조화했다
상호 토의하에 정한 주제에 대해 공동 학습을 진행하는 세션,
세션과 다소 무관하게 각자가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공부하는 셀프 스터디.
셀프 스터디 시간은 각자 흥미를 쏟을 수 있는 지점을 탐구하면서
구성원 각자가 이 활동을 지속할 동기를 세울 수 있는 시간으로 쓰여지는 것을 목표로 했다.
더 나아가, 각자가 서로와 겹치지 않는 독보적 강점을 수립하고 준비하는 시간으로서 셀프스터디를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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