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기대와 달리, 거의 전원에 가까운 사람들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나에게는 적지 않게 난감한 상황이었다.
사실 나의 목표는 5명정도를 남기는 게 목표였다.
빠질 만한 사람, 감당이 안될 거 같은 사람은
겁을 주고, 그 겁을 통해서 그 사람들이 불참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길 바랬다.
사실, 일부는 능력이 되고 일부는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일부는 외적 자본을 기꺼이 투자할 것이며, 일부는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일부는 좀 더 수월한 여정일테지만, 일부에게는 지독히도 힘든 여정이 될 것라는 것을
시작하기 전부터 알았다.
매니저들 각자가 후자에 속할 수 있는 가능성이 다 있었지만서도,
아마 매니저들 각자보다 내가 인정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인간의 가능성을 닫아두는 모든 생각과 행동을 매우 싫어하니까.
그래서 내가 다소 악당이 되더라도, 그것을 이유로 나를 비난하면서 포기할 수 있기를 바랬다.
어쩌면, 그것이 참여하는 사람, 포기하는 사람 양측에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줄지도 모를 일이기에
하지만, 거의 전부가 참여의사를 밝힌 시점에서
한 두명만이 배제되는 그림은 문제가 있었다.
특히, 그 한 두명이 특정 집단으로 충분히 묶일 수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러했다.
'왜 너는 저 활동에 참여하지 않아?'라는 외부적 시선을 소수가 견뎌야 할 것이었으며
'왜 저 친구는 활동에 껴주지 않는거야?'라는 외부적 시선을 다수가 견뎌야 할 것이었다.
특히, 이 활동의 발의점이 나라는 원점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이런 질문들이 송곳처럼 얼마나 날카롭게 과연 나에게 집중될지 알 수 없었다.
이 활동은 설계될 때부터, 안착되는 중간 단계까지는 무조건 내게 루즈 게임이었다.
루즈 게임을 일정 부분 내가 감수하는 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알면서도 내가 감수하기로 한 거였으니까.
하지만 모두가 루즈일 필요는 없었기에,
그냥 내가 모든 리스크를 감히 떠안기로 했다.
어떤 이유로 참여가 힘들 것 같다는 사람들을, 그 이유를 맞춰서라도 데려가기로 한 것이다.
나는 나의 취약성을 전체가 공유하길 바라지 않았다.
다수가 소수를 배제하는 그림은 어느 방면에서나 건강해보이지 않았고,
이런 생각은 사실 나만이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매니저들 위주의 반복되는 활동이란,
이 활동에 참여하는 매니저들의 인간적 본드를 크게 강화시킬 것이었다.
어떤 활동에 기반한 특정 관계의 본드가 강화된다는 것은 반대로
그 활동에 참여하지 못한 관계는 본드가 약화되나는 것이었다.
그것은 넓게 보면 활동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의 '소외'와 다름 없었다.
기회의 평등이라는 관점에서,
어떤식으로든 의지가 조금이나마 있다면 기회를 제공하는 게 맞다는 생각도 있었다.
내가 불참에 대한 이유를 제거할 수 있는데,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방관하는 것은
내가 작위적으로 참여를 제한하는 것과 같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 과정은 꽤나 나에게 스트레스였다.
누군가는 나에게 과하게 정의롭다고 하였는데,
정의라는 워딩 자체가 어떻게 쓰이는 게 맞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하여튼 긴 시계 속에서, 심지어 거의 모든 순간에 가까운 모든 핀포인트를 목표로
나는 모두가 '승리'하는 그림을 그리려고 지금까지도 불가능에 대해 노력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던, 리크루팅이 전부 끝나고, 23년 12월 18일 첫 미팅을 갖기로 했다.
'어떻게'에 대한 자유 토의를 하고,
또 내가 생각한 초기 방향 설정에 대한 이야기와 의견을 듣기 위함이었다.
2년 간 묵혀놓은 나의 세계를 만들 첫 걸음인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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