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한 날짜, 월요일 아침이었다.
첫 모임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위화감을 주기 싫었고,
그래서 한 번에 우르르 사무실에서 빠져나오기 보다는,
한 명씩 천천히 빠져나오기로 했다.
월요일 아침에 사무실에서 빠져나온다는 상징적 행동이
더 나의 심장을 뛰게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벌써 6개월도 넘은 시점의 일인지라 자세히 어떻게 되었는지는 생각은 안나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내가 먼저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리크루팅 이후부터는 잔뜩 준비된 구체적인 생각들이 많았다.
하지만, 시작부터 전부를 다 풀어내기는 싫었다.
무엇이던 다 그렇듯이 시작이란 이후의 많은 방향성을 좌우하기 마련이기 때문이었다.
보다 많은 대화와 의견들이, 보다 많은 사람들을 통해서 쏟아질 수 있기를 바랬다.
누군가 먼저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어떤 회사에서는 이름 대신 닉네임, 또는 영어이름을 쓴다더라라는 식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은 내가 필요로 했던 것이었는데,
먼저 조직 내에서 의견이 나오니 반갑고 고마웠다.
이렇게 다같이 이름 대신 영어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
더불어 시니어 멤버가 다같이 반말을 쓰자고 제안했다.
어렴풋이 생각의 한 켠에만 있던 어려운 주제를
시니어가 먼저 꺼내준 용기에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꼈지만,
나도 그렇고 다른 주니어급의 매니저들이 받아들이기에 사실 어려운 면이 적지 않았다.
어찌되었던 상호 경어체를 쓰기로 합의를 보았다.
다시 사무실로 복귀하는 길에,
내가 생각한 장소를 다 같이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구석에 잘 쓰이지 않던 사무공간이었는데, 사람들이 잘 쓰지 않아 이곳 저곳 먼지가 자욱했다.
나중에 다같이 청소하자고 했는데도,
사람들이 이것만 닦고 가자는 식으로 조금씩 움직이더니, 어느새 대청소를 마쳤다.
책장을 놓자는 나의 지나가는 의견에
어떤 매니저는 이틀 안으로 당근에서 책장을 구입해서,
다같이 용달 업체를 큰 책장 4개를 불러 갖고 오기도 했다.
다들, 새로운 활동에 어느정도의 기대감과 설렘을 갖고 있구나 싶었고,
이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던 모든 상황과 조건에 감사함을 느끼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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