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활동의 최대 리스크는 '나 자신'임을 알았다.
첫째, 발의자 및 진행자가 '나'이므로, 러닝랩 활동의 취약성은 나의 취약성과 맞닿아 있었다.
둘째, 경험상 나는 권력이라는 속성 자체를 꽤 좋아하는 편이다.
셋째, 매니저들 사이에서 나의 레퓨테이션이 강한 편이라,
앞의 두 가지 요소는 점점 강화될 우려가 있었다.
따라서, 이런 리스크를 상계시켜주거나 경감시킬 사람이 필요했다.
지지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지원을 하면서,
나를 견제할 부분에서는 견제를 하고,
나와 매니저들 사이에서 직접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중간다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여기에 경험적이고 역량적인 부분을 첨가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었다.
애석하게 실에서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몇 없었는데,
두 분 정도를 영입망에 올려놓았다.
(그런 사람이 많았더라면 애초에 이런 식으로 러닝랩을 해야곘다는 생각조차 안했겠지만)
사실 이 활동에 시니어가 참여한다는 것은, 내가 감수하는 리스크와는 종류가 달랐다.
따라서, '내가 정하는 대로 무조건 참여'라는 딜을 실장님과 했었지만서도,
그런식으로 시니어에게 참여를 강제해서는 안되었다.
가령, 이 활동에 참여한 시니어는
1. 이 활동의 발제자이자 진행자인 주니어에 속한 나의 통제를 일정 부분 수용해야 했다
2. 사무실에서 발휘하던 리더십을, 이 활동 내에서는 포기해야 했다
3. 사무실에서는 경력과 경험, 직급으로 본인 스스로가 자동적으로 증명되었지만,
러닝랩에서는 매니저들과 동등한 선에서 다시 스스로를 증명해야 했다.
4. 사무실과 러닝랩의 모순된 환경에서의 밸런스를 잃을 경우, 사무실에서 시니어가 발휘하던
리더십까지 손상을 입을 수 있었다.
5. 거꾸로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서, 시니어임에도 퇴근 후 라이프를 스스로 일정 부분 포기해야했다.
강제로 할 생각은 아니었지만서도, 만약에 러닝랩에서 고성과의 이미지를 매니저들 사이에서 유지하려면
반강제적인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될 것이라고 보았다.
6. 더욱이 이들은 30-40대도 아니고 대개 50대였으므로,
나처럼 퇴사를 감수하다는 선택지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나의 퇴사를 감수하다는 생각이 가벼운 건 아니지만)
다행히도, 내가 영입하고자 했던 시니어 한 분께서 도와주시겠다고 하셨다.
참여를 안하신 분 또한, 취지에는 공감해주셨다.
시니어 참여를 강제해서는 안되었지만, 사실 정 안되면 강제 참여시킬 생각은 있었다.
왜냐하면 앞서 얘기한 나로부터 비롯되는 취약성을 반드시 상계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1. 리더십 취약성
- 권력형 리더처럼, 강압적으로 팀원들을 몰아세우는 타입은 아니지만,
돌아보면 리더로서 일정 수준 이상의 권력을 항상 유지하곤 했다.
아마 내가 생각하는 이상향에 도달하기 위해서 일관되게 정돈된 방향으로
전체를 조율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고 또 선호하기 때문인 듯 싶다.
짧은 텀, 또는 1년 내외의 프로젝트, 특히 회사에서 협력사와 업무할 때는 이런 식의 리더십이
매우 효율이 높았기 때문에, 이런 방향으로 더 트레이닝된 면도 없지 않았다.
- 하지만, 이런 리더십은, 결국 팀원들이 리더에게 의존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모양을 낳는다.
또한, 처음엔 아니더라도 결국 권력형 리더로 점점 변질될 우려 또한 존재했다.
2. 커뮤니케이션 취약성
- 권력형 리더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대한 민주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매니저들이 기존에 갖고 있는 인간적 관계가 충분히 강건하지 않았으므로,
많은 이야기들이 자연적으로 교차할 가능성이 적었다.
따라서, 나는 리더로서, 1:1로 대화하며 내심적 의사와 의견을 끌어내야 했다.
- 반대로, 1:1 대화를 리더가 많이 하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리더'만' 대화를 많이 하게끔 강화된다는 점이었다.
팀원은 리더에게 이야기를 했으므로, 대화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기 때문에
오히려 팀원 간 소통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었다.
- 나에게 커뮤니케이션이 집중되는 것도 문제일 것이었지만,
나의 특성상, 집중된 커뮤니케이션을 나 스스로 해결하려고 꾸준히 덤빌 것임을 알았다.
그리고, 사이클은 개선되는 방향보다 기존의 관계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 같았다.
3. 지적 확신의 취약성
- 나는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다.
준비성이 강한 편이라, 어떤 주장에 대한 근거를 미리 마련한 상태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편이라
나의 주장이 반박될 가능성이 낮았다.
- 더군다나, 나는 러닝랩에 대한 생각을 최소 1년에서 2년 정도 생각하던 터였다.
따라서, 나의 주장이 수용되는 일들이 지속 반복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런 경험들이 내부적으로 반복된다면,
결국 내 위주의 무언가로 변질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고,
한편으로, 팀원들의 발언이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높았다.
어차피 내가 아이디어를 낼 것이고, 내 아이디어가 채택될 테니까.
4. 워크로드 취약성
- 당시 내가 가장 일이 많은 사람이었으므로, (지금도 그렇지만,,,)
과연 건강한 몸과 정신으로 내가 모든 멤버와 러닝랩 프로젝트를 조율할 수 있을까가 고민이었다.
- 어떻게 보면 솔선수범이라는 리더로써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나의 워크로드 레벨을 줄일 생각이 없기도 했다.
5. 관계적 취약성
- 나를 중심으로 하는 리더십, 나를 중심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
이 흐름 자체가, 인간 관계를 나를 중심으로 만들 것임에 분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에 누군가와 나의 관계가 틀어진다면,
그 누군가는 꽤 강한 데미지를 입을 것이 분명했다.
6. 정신적 취약성
- 당시, 나의 개인적인 몇가지 문제들로, 정신적으로 내가 강건한 상태가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다원한 스트레스를 만들 이 활동과
건강한 리더십 발휘는 나에게 굉장히 난이도가 높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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