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에서 3일간, 한국배터리협회 주관 인터배터리 및 EV 트렌드 코리아 행사가 있었다.
세미나 혹은 참가 업체 리스트나 내용 좀 미리 볼 요량으로, 홈페이지를 뒤적였는데
마침 컨퍼런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등록비가 꽤 비싼 편이었는데, 팀장님이 재가해주신 덕에 좋은 경험, 양분이 되었다.
배터리 산업에 대해서 입체적인 인사이트를 가질 수 있었던 기회였고,
몇 자 풀어볼까 한다.
많은 강연을 들으면서, 한 두어 개의 결론으로 좁힐 수 있었는데, 첫번째는 아래 내용이다,
중국은 이르면 5년, 늦어도 7년 안에 상대적인 EV 가격을 1000만원 정도 낮춘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거 같다.
1. 중국의 숨겨진 포텔셜 : 배터리 재사용/재활용 밸류 체인
CATL을 위시한, 중국 배터리 업체는 이미 배터리 재사용 /재활용 밸류 체인을 공고히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배터리 재사용 /재활용 전처리 단계에서 나오는 정제되지 않은 부산물을 BLACK MASS라고 하는데,
BLACK MASS 생산량 대비, 처리 가능한 공정 CAPA가 9-10배 정도 과잉공급되어 있는 상태다.
즉, CAPA 측면에서 중극은 배터리 재사용 /재활용 생태계가 완성되어 있다.
단순히 CAPA 뿐 아니라, 구조적 네트워크도 공고하다.
CATL 등의 배터리 업체가 주도하는 밸류 체인이기 때문이다.
대규모 업체부터 소규모 업체까지 각 처리 업체들이 계층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는 CATL이 수입한 배터리 원료가 다시 재사용/재활용을 통해 재공급되는 사이클을 형성할 수 있게 한다.
CATL의 폐쇄적인 루프를 목도하고 있을 수 없으므로, 또 중국의 외교적 자원적 리스크를 해소애햐하므로,
BYD 등의 다른 업체들 또한 폐쇄적인 밸류 체인을 공고하게 하는 데 힘쓰는 모양새다.
가령, 최근 한국 기업의 자동차에 중국산 배터리가 들어갔는데,
배터리 정비 체인이 한국 정비센터에서 이뤄지지 않고, BYD 또는 CATL 제휴 업체를 통해서 이뤄지고 있는 것을 보면
중국의 배터리 업체들의 스탠스에 대한 추측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다.
CAPA의 과잉공급의 우려를 할 수 있다. 그러나 5-7년이 지나면 이 문제는 해소된다.
지금까지 블랙매스는 주로 배터리 생산 라인에서 나왔다.
하지만 5-7년 뒤, 즉 2028-2030년을 기점으로 EOL(END OF LIFE)에 해당하는 전기차들이 대거 출몰한다.
이는 현재 블랙매스 양의 5배-10배에 달하는 수치가 시장에 공급됨을 의미한다.
5-7년 뒤면, 재사용 /재활용 경제성도 재고될 수 있다.
왜냐하면, 리튬 / 코발트 등 주요 광물의 고갈 시점이 가시권이고, 가격은 우상향할 것이 자명하다.
재사용/재활용 비용이 광물 가격보다 아래인 경우, CATL 등의 중국 배터리 업체는 구매를 조절할 수 있다.
만약 중국내의 블랙매스 양이 충분하다면, 현재 미국이 셰일가스를 통한 원유 가격을 조절하듯이,
광물 시장의 '대놓고 보이는 손'으로 등극할 수도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EV 보유국으로써, 재사용/재활용 방면에서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도 가장 유리하다.
이동의 자유가 제한된다는 점 또한, 폐배터리 유통 비용을 최소화는 데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더욱 위협적인 점은, 현재 중국 정부가 블랙매스 수입을 규제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중국의 재사용/재활용 CAPA는 글로벌 블랙매스를 흡수할 포텐셜을 갖고 있다.
이 점은 타 지역에서 재사용/재활용 산업을 교란시키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LCD 사업이 그랬듯이, 중국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한다면,
기술적인 이점을 추월하고, 타 국의 경쟁사들을 도태시킬 수도 있다.
2. 게임체인저 : 소디움이온배터리
올해 1월, 중국은 소디움이온배터리가 적용된 EV를 양산 판매에 성공했다.
소디움 이온 배터리란, 나트륨을 양극재로 사용하는 배터리다.
나트륨이 리튬에 비해 가격이 훨씬 저렴하고 구하기 쉽기 때문에,
앞으로 R&D와 상품 구성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시장의 교란종으로 등극할 수 있다.
이렇게, 좋은 원료의 양극재가, 메이저하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이론상 소디움 배터리의 포텐셜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초 소디움 배터리는 LFP 보다도 20% 정도 낮은 포텐셜을 전망했기 때문에,
LFP도 연구개발에 힘을 쓰지 않는 마당에 당연히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보았다.
하지만, 중국에서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양산 뿐 아니라 상품 적용까지 일궈낸 것이다.
현재, 소디움 배터리의 특허 및 연구의 대략 8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기술적 격차가 어마무시한 것이다.
현재 시장 예측으로는 20%-50%까지 더 낮은 가격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본격적으로 중국이 양산성 R&D에 들어가는 지금, 이 시점부터의 격차를 감히 예상하고 감당할 수 있을까 싶다.
중국 LFP 기술발전의 전례를 우리는 이미 목격한 바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나는 소디움 배터리의 성능 포텐셜 또한 상향 조정되야 한다고 본다.
중국은 LFP 기술의 이론 한계치를 코팅/도핑 등 공학적 기술로 보완하면서
NCM에 준하는 성능으로 끌어올렸던 히스토리를 보유한 국가다.
충분히 소디움 배터리에서도 같은 전개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4년 전, 취준할 때 엔지니어TV 채널을 많이 봤었다.
중국 배터리 기술에 대해서, 다달이 채널의 스탠스가 바뀌는 걸 느꼈는데, 사실 잘 믿지 않았었다.
중국이 그럴리가 없어, 이런 마음이었을까?
하지만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다수의 또 다양한 사람의 인사이트가 하나로 좁혀지는 것을 느꼈고,
이 산업의 존망에 대해 참 우려를 많이 갖게 되었다.
경영인, 기업인들이 보다 적극적이고, 시스템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 접근을 했음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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