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배터리 컨퍼런스 후기 2번째 글을 적어본다.
첫번째 글에 이어서, 우리나라 배터리 재생/재활용 밸류체인에 대한 전망과
각각 산업의 스테이크홀더들이 취해야 할 전략에 대해 나의 생각을 풀어보려고 한다.
완성차 회사는 고전압 배터리의 산업의 을의 입장으로 격하될 가능성이 높다.
전통적인 완성차 회사일수록 빠르면 10년 안에 구조적 아킬레스건에 창이 꽂힐 것이다.
첫번째 후기에서, CATL을 위시한 중국 배터리 업체의 재생/재활용 배터리 밸류체인의 포텐셜에 대해 언급했다.
중국에서 경쟁자를 지근거리에서 마주하는 BYD 등의 2-3위 업체들도 같은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
실제 중국 배터리를 적용한 국산차들의 배터리 정비 파이프라인이
국산 배터리를 적용한 국산차와 상이하다는 것은 소비자에게도 알려진 사실이다.
즉, 배터리의 안에 있는 원료와 부품은 CATL / BYD 등의 배터리 제조사의 것임을 공고히 하는 모양새다.
중국의 폐쇄적인 재생/재활용 루프 운영은 강화/지속될 것이다.
이미, 단순한 배터리 정비에까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데, 이유는 아래로 추측할 수 있다.
1차적으로 해외 경쟁사들에게 기술 노출을 최소화하고,
2차적으로 광물 자원 가격 상승을 카운터쳐서 배터리 마진을 극대화 시켜야 하며,
3차적으로 부품사 지위에서 벗어나 보증 정책 협상 우위를 지속 점유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1. 중국 생산 배터리 가격은 점점 낮아진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주요 광물의 가격이 우상향할 것은 자명하다. 코발트 및 리튬 등 몇가지 광물들의 고갈 연한이 이미 수십년 안으로 가시권이기 때문이다. 원유가 그러했듯, 혹시 기술 및 탐지 기술의 발전으로 고갈 연한이 연장된다고 하더라도, 우상향의 큰 흐름을 꺾을 수 는 없을 것이다.
즉, 시간이 갈 수록 배터리 재활용/재사용 비즈니스의 경제성은 제고될 것이다. 현재는 재활용/재사용 과정이, 구매 비용에 근접한 수준이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점진적으로 광물 가격이 꾸준히 올라간다면, 그 증가분 만큼의 재활용/재사용 마진이 발생한다. 더불어, EOL(END OF LIFE)에 해당하는 EV가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인 5-8년 뒤면, 재활용/재사용 산업이 규모의 경제를 이룩하기에 유리해진다. 적어도 현재 처리량의 2배, 낙관적으로는 10배 정도 수준의 규모가 단순히 기다리가만 해도 이 산업의 호재로 다가오고 있다. 이 시점에는 습식방식의 처리 뿐 아니라 건식방식도, 충분히 에너지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이 이 분야에서 특히 유리한 점은, 단순히 EV 대수에 따른 CAPA의 크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폐배터리의 유통 효율성이 일정 수준 보장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동의 자유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EV가 특정 도심에 모여있고, 거리에 따른 EV의 폐배터리 수거 루트를 경제적으로 조직하기 유리하다. 특히, 중국 재활용/재사용 밸류체인은 배터리 업체 중심의 MLM 구조이기 때문에, 인위적인 폐배터리 이동 경로 조직도 유리할 것이다.
참고로, EV 전용 고전압 배터리의 경우 하나당 무게가 300KG - 500KG 수준이고, 부피 또한 크기 때문에, 유통 비용을 무시할 수가 없다. 더욱이, 고전압 배터리의 폭발 및 사고 위험성을 고려하여, 물류/해운 업체에서는 고전압 배터리 전용 파레트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 파레트의 무게와 부피까지 고려한다면 유통 비효율성은 한 번더 증가한다. 즉, 유통을 포함한 밸류체인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다른 지역의 경우, 중국 수준의 재활용/재사용 비즈니스 경쟁력을 태생적으로 넘어서기 어렵다.
따라서, 같은 조건이라면 오직 중국 생산 배터리만이, 재활용/재사용 비즈니스를 통해, 평균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첫번째, 광물 가격은 꾸준히 우상향할 것이고, 둘째 EV 대수로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압도적이며, 셋째 중국의 밸류체인 효율성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2. 가격 결정권을 중국 배터리 회사가 쥔다.
해외에 진출한 중국 배터리 업체는 같은 전략을 해외에서도 동일하게 사용 중이다. 폐쇄적인 AS 보증 정책을 통해, 폐배터리를 다시 중국 배터리 업체의 밸류체인으로 흡수시키고 있다. 즉, 다른 지역의 재활용/재사용 비즈니스의 규모의 경제를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중국 업체들이 자국 시장에서 발생하는 마진을 일부 포기하면서, 해외 시장의 잠식을 도모할 수도 있다. 만약 재활용/재사용 비즈니스 주도권 잠식에 성공한다면, 배터리 핵심 원자재 가격의 키를 중국 업체들이 쥐게 될 수도 있다. 미국이 셰일가스 생산을 통해서, 국제 원유가격을 조절하듯이, 중국 또한 재활용 광물 / 재사용 배터리를 역으로 시장에 공급할 수도 있다. 중국의 저렴한 EV 가격과 중국이 컨트롤하는 비싼 배터리 광물 가격을 톻해, 자동차 산업을 전후방에서 압박하게 될 수도 있다.
3. 재사용/활용 사이클에서 자동차 회사는 블랙매스 확보가 어렵다. 배터리사에게 일방적으로 가격 결정 당할 것이다.
지금도 블랙매스는 셀 제조업체에서 나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생산 공정 상에서 나오는 불량 배터리를 처분하는 것이다.
현재 단순히 배터리를 공급받는 자동차 회사는 폐배터리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일관된 블랙매스 확보가 당연히 어렵다.
때문에 자동차 업체는 밸류체인을 조성하는 첫걸음을 떼는 것부터 매우 어렵다.
애석한 점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자동차 회사에게 기회가 저절로 오지는 않을 거라는 점이다. EOL에 해당하는 EV는 보증기간이 끝난 자동차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들은 폐차 업체 또는 폐배터리 업체로 바로 유입이 된다. 자동차 회사가 인위적으로 밸류체인을 만든다고 해도, 그 밸류체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연스럽다는 이야기다.
결국 자동차 회사는 배터리 광물에 있어서는 전방향에서 구매자 포지션으로 전락한다. 지금이야 배터리회사의 최대 고객이 EV 생산업체이기 때문에, 일견 어느정도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긴 하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다음의 내용과 더불어 자동차 회사는 가격 결정 권력을 일부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4. 친환경 비즈니스는 ESS가 필수적이다. 자동차회사 말고도 배터리 수요처가 증가한다.
판매처가 많아지고 강해질 수록 자동차 제조사는 협상 우위를 잃는다. 메이저 반도체 회사들이 마진이 적은 차량용 반도체는 아예 생산을 안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친환경 비즈니스에는 ESS가 필수적이다. 발전부하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발전 전력을 저장해야한다. 또한, 태양광을 비롯한 대부분의 친환경 발전이 고주파 성분이 많이 포함되어 저장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ESS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도 일정 범주에 속하는 건물은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게 되어 있고, 앞으로 ESS는 계속 증가한다는 뜻이다. 개인 발전사업자 위주의 분산형 전원 모델은 우리나라의 지난 정권에서 실패했듯이 이미 국제적으로 실패한 모델이다. 나는 앞으로의 친환경 발전 모델은 자가소비형이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하는데, 이 경우 집집마다 소규모 ESS가 설치되어야 한다. 북미의 테슬라 ESS 비즈니스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친환경 정책 역시 정치적 영향을 타는 편이지만 EV 만큼은 아니다. 즉, 상대적으로 ESS 시장의 확대는 큰 리스크 없이 견조하게 우상향할 것이다. 당장 EV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ESS 산업의 부스터가 더 절실한 것도 맞다.
반대로 EV 산업에 대한 지원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고용 창출효과가 어마무시한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을 버리는 것은, 정치인들 입장에서 썩 구미가 당길 만한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내수 경제가 견조할 것으로 쉽게 전망되는 지역이 없다는 점을 상기하면, EV 비즈니스는 당분간 정치적 리스크와 동반할 것이다.
이러한 산업간 또 정치와의 관계에 의해서, 자동차 회사는 배터리 판매처의 우선도 지위를 일부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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