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과 토의 후 어디선가 석연치 않은 '그래' 수준의 컨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도 이 팀에 1년이 돌아 2년차..여느 팀장과는 다른 팀장님의 독특한 커뮤니케이션 패턴은 어느 정도 파악이 된 상태였다.
내가 상상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말의 스케일을 팀장님은 상상하지 못하고 계신 듯 보였다.
솔직한 말로, 당시 느낌으로는 물에 술탄 듯, 구렁이 담 넘듯 진행할 수도 있었겠다 싶었다.
하지만, 내 성격 상 확실하게 컨펌을 받고 납득에 대한 신호를 받고 진행을 해야 한다고 믿었다.
확실하게 '오케이 추진합시다'라는 답변을 듣고 싶었고, 이를 위해서 나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탄탄해야 했다.
그 때부터, 막연하게 문제있다는 생각을 무엇이 문제다라고 구체화시키는데에 시간을 쏟았다.
회사에서 자동차 관련한 문서를 보는 시간보다, MS나 구글 그리고 각종 it 유튜브를 탐독하는데 시간을 많이 쏟았던 거 같다.
여느 직장인이 그렇듯, 나의 R&R이 한 둘이 아니었기에, 은근슬쩍 다른 업무로 바쁘다는 핑계로
당장의 급하지 않은 이 프로젝트 착수를 뒤로 미루면서 시간을 벌기에 좋았다.
컨텐츠 속도가 왜 이렇게 밖에 안나오지? 다른 레퍼런스는 이렇게나 잘 돌아가던데?
컨텐츠 추가, 수정, 다국어 작업이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걸리고 불편하게 하는 거지?
은폐된 R&R은 왜 생긴걸까? 왜인지 괜히 복잡하게 일하는 거 같은데? 프로세스가 어떻게 되는거야
화면 비율이 해상도 변화에 못 따라오는 거 같은데, 뭐가 문제일까?
이런 작업이 이 정도 금액이 들었다니? 왜 이렇게 계약이 된거지?
사용자 데이터 사용성도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닌 걸? 추가 기획이나 관리가 어렵다고 하는 이유는 무얼까?
전체적으로 사용성과 관리성이 안나오는 다른 이유가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
그 와중에도, 어딘가 맘에 들지 않는 것들이 두더지잡기 마냥 계속 튀어나왔다.
햇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덩굴 식물이 뒤덮인 정글을 헤치는 느낌으로
해야되는 일과 어떻게 해결할 지를 두서없이 파헤쳤다.
허공에 모래성을 짓듯이 쌓였는지도 모르는 지식들이 쌓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했다.
한 2개월 쯤 착수를 밍기적 거렸던 거 같다.
대충은 스케치라도 그럴싸 해 보이게 그려서 눈속임은 할 수 있을 정도의 미지근한 자신감이 생겼다가
이걸 왜 이렇게까지 해야되나 싶은 의구심이 밀물과 썰물처럼 번갈아왔다.
가장 큰 고민 중에 하나는, 눈이라도 속이려면 '통합'이라는 구실을 꽤 그럴싸하게 포장해야 하는데,
통합이 주요 목표여서는 내 기준에 만족할 결과물이 도저히 안나올 거 같았다.
이렇게까지 착수를 미룰 수 있었던 핑곗거리 프로젝트가 막바지 단계에서 QC로 꽤 바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게 슬슬 끝나가는 게 보일 때 쯤, 은근한 압박이 덮쳐왔다.
'랜턴 매니저, 혼자 생각하니까 고민이 많은 거 같은데, 어떻게 통합할 지 업체 의견도 들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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