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는 '보이지 않는 것을 팔아라'를 참고하여 재저작됩니다.
중세 및 근대철학에서 사람의 이성과 주관에 대해 강조한 데 반해서
현대철학에서는 사람을 비이성적인 존재임을 증명하는 경향이 있다.
노력과 훈련을 통해서 합리성을 통제할 수 있는 인간의 이상이란
당연 존재한다라고 개인적으로 믿는 편이긴 하나,
실제의 세계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동시에 알고 있다.
이전의 글에서 언급했던 피터 린치의 발언이나 현대의 상담 이론 등 지식과
이를 바탕으로한 경험들을 비추어 볼 때
인간은 이성적이기보다 감정적이며
주관에 의해 움직이기보다 합리화를 통해 움직인다는 것을 말이다.
저자는 이런 관점이 가격에 대해서도 적용함을 여러 논제로 보여준다.
가격 책정에서 '합리적'이란 함정
고객들은 합리적으로 가격을 바라보지 않는다
가격에서 합리성이란 무엇일까?
원가에서 일정 수준의 이윤을 붙인 결과라고 볼 수 있겠다.
혹은 경쟁 제품 가격과 상대적인 격차를 붙인 결과일 수도 있다.
대개 기업들은 이런 룰을 따라서 가격을 측정한다.
가령, SPA 의류 브랜드의 의류 가격이란 브랜드 불문 충분히 예상이 가능하다.
이들 브랜드는 소비자들이 비싼 SPA 의류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 믿기 때문에,
시장 변동에 관계없이 일정 수준의 가격대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하는 SPA 브랜드를 따라,
대부분의 도메스틱 의류 브랜드 또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가격을 형성한다.
하지만 일부 포지셔닝이 잘 된 도메스틱 브랜드는 이 룰에서 벗어나는 경우를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SPA 브랜드보다 2배에서 3배이상의 가격을 책정하고서도
일부 마니아층을 포함하는 대중 시장을 공략한다.
백화점 입점이나 매장 입지를 노리며 고급화 전략을 취하지도 않고
,전통적인 광고 마케팅을 많이 하지도 않음에도, 연일 매진을 이어간다.
SPA 브랜드보다, 품질이나 원단, 핏 등이 좋은 것이 그들의 경쟁력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가격을 2-3배 올릴만한가 했을 때는 정확히 계산할 수는 없다.
일부 소비자는 이런 가격의 합리성을 나름의 논리적인 근거로 어림잡는다.
반대로 일부 소비자는 2-3배 높은 가격을 보고,
SPA 브랜드 의류보다 2-3배의 전문성과 품질이 투입되었을 것이라고 거꾸로 생각한다.
삼성동의 한 카페에서는 독특한 가격표를 볼 수 있다.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로 3종류의 원두 중 하나를 고르게 되어있는데,
유독 한 종류만 몇 만원 수준으로 지나치게 비싸게 가격이 측정되어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왜 유독 특정 원두만 가격이 터무니 없이 비싼지 추론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페 내 테이블을 둘러보면, 가장 비싼 원두의 커피가 가장 많이 보인다.
커피는 기호 식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잘 모르는 가장 비싼 원두로 내린 커피란
기회비용과 나의 만족도가 맞아들 것이라는 보장보다 리스크가 훨씬 큰 선택이다.
어중간한 가격을 설정하지 마라.
특히, 어중간하게 비싼 가격은 독약이다.
가격은 그 회사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척도다.
앞서 언급한 포지션이 잘된 도메스틱 의류 브랜드나 삼성동의 카페가
위의 전략을 취할 수 있는 것은, 그 만큼 본인들이 제공하는 제품에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혹은 실제로 자신감이 없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들은 '그럴만하니까 저 가격에 팔겠지.'라고 생각한다.
구매를 선택하지 않은 고객이라 할 지라도,
'몇 만원의 커피'는 삼성동 카페에 대해 고급화의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반대로, 어중간하게 싸지 않은 가격은 나쁜 인상만을 남길 뿐이다.
평소 인적이 드문 여행지나 경기도 외곽의 카페들이 대표적이다.
심심찮게 아메리카노 한 잔에 7-9천원 정도의 가격을 받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데,
많은 방문객으로 관리도 잘 안되는 걸 보면, 자리값을 비싸게 받는다는 생각 뿐이 들지 않는다.
이들 카페는 지리적 포지셔닝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영업이 잘 될 뿐이다.
만약, 서울 경기 도심지에서 7-9천원의 아메리카노를 판매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영업을 접어야 할 것이다.
서울 경기 도심지에서 7-9천원의 아메리카노로도 영업이 지속되는 카페들은 정말 커피 맛이 좋아야 했다.
재밌는 것은 맛이 뛰어난 커피를 갖고서도
앞의 삼성동 카페만큼 방문객이 많거나, 고급화가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저가 전략은 절대 하지 말라
잠재적 경쟁자의 저가 전략에 대해 대비할 뿐이다.
저가 전략은 독배라는 점을 저자는 지적한다.
저가 전략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전략이기 때문에,
저가 전략으로 차지한 포지션은 그 만큼 취약하다는 것이다.
언제든 새로운 시스템을 갖춘 경쟁자가 등장하면 저항 없이
속수무책으로 바로 역전당할 위험성을 갖는다.
최근 알리와 테무의 관계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알리는 중국 내의 독특한 비즈니스망을 바탕으로,
전세계에 저가 상품을 공급하는 플랫폼과 시스템을 구축해냈다.
하지만, 최근 유통 개입과 수수료를 최소화하는 테무가 등장하면서
최저가 플랫폼으로써 입지가 급격하게 요동쳤다.
테무가 한국시장에도 진출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중 최강자인 쿠팡도 영향을 받는 중이다.
쿠팡은 근래 흑자로 전환하는 듯 싶었으나 이내 적자로 전환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장 내 입지는 견조하다고 볼 수 있는데,
활성사용자 숫자는 유지되고 있으며, 분기 매출은 여전히 성장세에 있다.
이는 쿠팡의 본질적인 포지셔닝이 최저가 전략에 있는 것이 아니라,
로켓배송 등의 서비스와 쿠팡과 연계되어 있는 구독 서비스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도 쿠팡이 테무의 공습에 잘 생존해 나갈지는 미지수긴 하지만,
중국 내 알리가 겪고 있는 위협에 비해 재무제표가 굉장히 견조하게 나오면서 상대적으로 방어를 잘해내고 있다.
가격저항의 원칙
어차피 불만할 사람은 불만을 한다. 휘둘리지 마라
모두가 만족하는 가격을 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떤 가격을 결정하든 10% 정도의 사람들은 불만을 갖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들 10%를 감안하여
15~20% 정도는 가격에 대해 저항하는 가격 설정이
괜찮은 수익을 올리기에 가장 현명하다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마케팅 담당자는 10%의 소수 의견에 대해서 고정편향을 갖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사람들은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더 강하기 때문에,
좋은 의견보다 나쁜 의견에 더 적극적으로 과격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마케팅 담당자가 듣는 시장의 반응은
고작 10%의 의견들만 잔뜩 뭉쳐져서 확대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SNS와 미디어 채널의 확산성과 실시간성이 강화되면서
마케팅 담당자가 명경지수를 유지하기 더 어려워졌다.
영화 올드보이에 나오는 '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 것이다.'라는 말처럼
비난이 시작되면, 온 세상이 함께 비난하기 시작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구매할 생각도 없던, 잠재고객이 아닌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내가 일하는 시간에 대해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도달하지 못할 시간에 대해서 팔아라
저자는 피카소의 일화를 들려준다.
길거리에서 피카소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하자,
피카소는 3분만에 그림을 그리고선 5000프랑을 대가로 요구했다고 한다.
비싼 가격에 요청한 사람이 '3분만에 그리고서는 너무한 거 아니냐' 반발하자,
피카소는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나는 평생을 소비했소'라고 답했다고 한다.
도배, 장판 등 기술자들도 비슷하다.
실제 자재의 가격이나, 그들이 노동하는 시간이 길지는 않다.
특히, 시공 단계가 아닌 보수에 관한 것이라면 1시간도 걸리지 않아 작업이 끝나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게 몇 십만원을 벌아간다.
시급으로 따지면, 왠만한 대기업 부장보다 높은 것이다.
문제점을 빠른 시간내에 알아내고 해결하기까지 기술자들이 쌓아온 경험과 시간이란
일반인들이 노력하고 공부한다고 도달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치는 포지션이 아니다
경쟁력이 포지션이다
회사가 제공하는 가치란 고객 입장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그에 근거해서 가격 책정을 하면 안된다고 지적한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팥칼국수를 판매하는 집이 나왔는데,
점주는 더 비싼 국산팥을 사용하므로 판매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다
백종원씨가 반발하는 장면이 방영된 적이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맛있는 팥죽'을 가게가 판매한다라는 전제는 매우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는 맛있는 팥죽을 만들기 위해서 그 가게가 어떤 노력과 대가를 지불했는지 관심이 없다.
단순히 맛있는 팥죽에 합당한 가격을 지불하길 원할 뿐이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2에서 최강록씨 또한 노희영씨에게 비슷한 지적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최강록씨는 숨어서 요리하는 것 같다.'
'그 노력들이 하나도 안보여요'
'이 요리는 오만한 요리였던 것 같아요'
'예전에 가게하다가 망하셨다고 하셨죠. 그런 이유였을 것 같아요.'
예전에 최강록이 운영했다는 반찬가게 등은 대중적인 가게이므로
본인의 경쟁력을 대중성과 어느정도 타협해야하는 특징이 있다.
이는 트레이드오프 관계여서, 최강록씨의 과거 요리들의 경쟁력은 퇴색되었을 것이다.
마셰코2 우승 이후, 최강록씨는 몇 년째 같은 자리에서 식당 네오를 운영중인데,
네오는 예전에 최강록씨가 운영했다는 가게보다 훨씬 높은 가격대의 오마카세다.
예전에 최강록씨가 운영한 가게들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가게인 것으로,
오마카세답게 그날 그날 본인이 제공하고 싶은 음식을 손님께 대접한다.
맛있는 음식, 성실하게 조리하는 셰프 등 최강록씨가 손님께 제공하는 가치는
식당 네오나, 예전의 반찬가게나 동일하다.
차이점은, 요식업 시장 대비 어떤 경쟁력있는 음식을 판매하느냐에서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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