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부터인지 인지부조화라는 말이 한국 사회에서 꽤나 흔한 말이 되었다.
그만큼 현대의 한국인들이, 복잡하고 다원하며
인지부조화를 경험할 수 밖에 없는 스트레스가 가득한 사회와 환경에 놓여있단 뜻일테다,
인지부조화를 짚기전에, 책은 세뇌라는 단어의 출처를 먼저 짚는다.
세뇌는 6.25전쟁에서 미군 포로 다수가 중국공산당으로 단기간에 포섭되는 현상을
CIA가 조사 그리고 보고서를 작성하게 되고
이 내용을 에드워드 헌터라는 저널리스트가
본인의 저서에 적게 되면서 대중에게 소개되었다고 한다.
배우자나 어머니의 반복되는 잔소리로도 사람의 행동양상이란 쉽게 바뀌지 않는데,
사상이나 신조를 바꾸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인데,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
많은 대가를 주어서?
고문을 통해서?
아니다. 오히려 보잘 것 없는 적은 포상을 통해서 였다.
변절을 전제로 한 많은 보상이나 고문은, 개인으로 하여금 핑계거리를 만들어준다.
이를 통해 개인은 죄책감을 회피할 수 있고,
이런 회피는 개인이 진심으로 변절하는데 장애물로 작용한다.
반면에, 보잘 것 없는 적은 포상으로는
개인의 변절에 대한 죄책감의 핑계로서 작용하기 어려운 것이다.
자신의 변절이라는 매우 나쁜 행위와 보잘것 없이 작은 보상의 부조화는
인간 내면의 죄책감 등의 심리를 계속 자극한다.
이미 발생한 변절이라는 행위와 작은 보상은 실제 일어난 사건이므로 변경할 수 없다.
따라서, 개인은 상대적으로 변경하기 쉬운 자신의 신조를 변경하여
내면 심리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것이다.
페스팅어는 이를 토대로 후속 실험을 진행한다.
지루한 작업을 피실험자에게 시킨 후에 다음 참가자에게 매우 재밌었다고 거짓말을 시킨다.
1그룹은 20달러를 대가로, 2그룹은 1달러를 대가로 지급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질문 용지에 소감을 기입하도록 한다.
결과는, 공산당의 예시와 같았다.
1달러를 받은 2그룹이 질문 용지에 재밌었다고 적은 비율이 훨씬 높았다.
이런 실험 결과는 개인의 이성에 의한 신념이란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또한, 익히 생각하는 것처럼, 이성이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 나의 이성을 정의할 수도 있으며,
비논리적인 감정의 부조화가 합리화시킨 행동을 이끈다는 점이다.
나는 조직의 리더로써, 인지부조화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1.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수사학의 3요소 중 얼마나 로고스가 취약한 것인지를 보여주며,
조직과 리더가 나머지 요소를 배제하는 노력을 얼마나 많이 기울여야
비로소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가 있는 것인지 보여준다.
구글의 스프레드 시트의 경우, 파워포인트보다 낮은 사용성과 불편한 요소를 그대로 수용하여
구성원들이 PPT 치장에 낭비하는 시간을 억제하고
이를 통해 로고스에 좀 더 집중한 커뮤니케이션을 유도한다.
AWS 같은 경우는, 아예 PPT 또는 PT를 커뮤니케이션에서 배제한다.
대신, 회의 전 5-6분 동안 6장 이내의 글로된 보고서를 각자 읽으며
가능한 이성적 판단으로만 회의를 가질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강제한다.
요즘을 보면 소비자들이 패닉바잉을 한다면, 경영자들은 패닉셀링을 하는 것 같다.
급변하는 시장과 회사의 실적은 일어난 사건이므로,
경영자 입장에서는 경영전략을 수정하여
경영 실패, 전략 실패의 심리 상태에서 벗어나고
대신 본인이 올바른 경영을 하고 있다는 착각의 길에 쉽게 발을 들인다.
모두가 인지부조화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더군다나, 무의식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통찰해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이를 위해 좀 더 구체화되고 강건한 프로세스 또는 툴의 도입이 필요하다.
Delta에서는 아직 이런 논의가 무르익지 못했다.
사실, 이런 논의가 자연히 발생할 수 있도록 기다리는 중이다.
현재 내가 리더로써 이끌고 싶은 방향을 고려할 때,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한 깨달음과 고찰이 선제되는 것이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두 팀으로 나눠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에 대한 각자 논평을 적기로 하였다.
아마, 자연스러운 기회가 온다면, 이런 논제를 슬쩍 던져볼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AWS의 글이 중심이 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
그리고, 지정된 '악마의 대변인' 규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2.
반대로 생각한다면, 나의 주장을 논파하기 위해서는
나의 신념 / 로고스를 주장하는 전략은 사실 비효율적일 수 있다.
인간은 이성적으로 설득되는 동물이 아니라,
무의식의 영역에서 동의가 될 때 설득이 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처절하게 애석하지만서도,
대중 또는 다수를 설득하고자 할 때,
사상적으로 취약한 상대방을 설득할 때,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이성적으로 설득하는 것이 전혀 유효한 전략이 아니란 것이다.
예전에, 영업 일을 하는 내 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영업은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
아무리 열심히 진심으로 영업해도, 안 살 사람은 안사고,
대충 영업해도, 살 사람은 산다.'
이 친구는 사실 인지부조화의 실제 상황을 계속해서 거듭한 것이 아닐까?
갖은 아양과 친절이라는 높은 보상보다
사던지 말던지의 태도로 적당한 친절이라는 낮은 보상이
대개 부정적이고 귀찮은 영업사원의 내심적 이미지를 인지부조화 상태에 빠뜨리고
딜의 성사로 이끄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즉, 상대방의 리액션을 끌어들이려고 애쓰는 방식의 대화 전략보다,
상대방의 기대에 못미치는 리액션을 평균적으로 보이는 것이
오히려 대화의 우위를 취하는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거 같다.
3.
Delta의 조직원들에게는 리더로써 이 개념을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가?
나 역시 일단 리더의 역할인지라,
조직원들이 특정 행동을 취했으면 좋겠다라는 소망이 있다.
인지부조화의 전제 중 하나는 일단 어떤 행동과 사건을 강제로라도 만들어야 함이다.
두번째 전제는, 그 결과를 관찰당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조직원의 행동 또는 사건이 끝났을 때,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반응보다 낮은 보상을 주어야 한다.
이를 좀 더 구체화 시켜본다면
내 성격에 전혀 맞지 않는 전략이긴 하나,
성과나 노력에 대해서 전폭적인 지지나 도움을 주기보다,
아슬아슬하게 목표 달성에 맞춰서 리소스를 지원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그로 하여금,'내가 하는 것이 모자라서 그렇구나'라는
상대방의 무의식을 자극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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