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에 따르면, 장 자크 루소는 조직의 집합적 의사 결정 가능성에 대해
본격적으로 처음 논한 사람이라고 한다.
루소는 그의 저서 사회계약론에서 '일반의지'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이 때 일반의지란, 정당이나 의회제에 좌우되지 않는 시민 전체의 의지를 뜻한다.
그리고, 루소는 이런 일반의지에 기초한 통치야 말로 이상적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일반의지를 발췌해 내는 기술적 어려움을 언급하면서도
한편으론 SNS 등의 기술에 의한 집단지성을 고찰한다.
그리고, 사회적 여론을 빠르게 환기시킬 수 있는 SNS를 통해
일반의지에 기초한 통치 모델이 가능하지 않을까 예측한다.
하지만, 나의 의견은 다르다.
첫번째 이유로는, SNS를 통해 일반의지를 추출해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오늘날 SNS는 양극화를 넘어서서, 다극화의 시대를 가속화시킨 장본인이다.
어떤 주제던 양극단의 컨텐츠만이 플랫폼에서 살아남기에 유리하기 때문인데,
왜나햐면 극단의 컨텐츠가 더 많은 도파민을 자극하기에 유리하면서,
차이적 소비를 하고자하는 인간 심리에 알맞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SEO 측면에서, 극단적 내용이 더 알고리즘에 적합한 것도 있을 테다.
따라서, 오는날 플랫폼 유저는 오직 양극단의 내용만을 보며 세뇌당하고 있으며
이런 세태를 고려할 때, SNS에 투영되는 의견들이 일반의지라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두번째로, SNS 사용자의 연령, 집단 등이 불균일하다는 것이다.
SNS가 공동체의 역할을 하면서, 비슷한 집단의 사람끼리 뭉치게 된다.
한국에서 트위터는 좌파 성향의 SNS가 되었고,
일간베스트는 한 때 극우주의자들이 놀이터였으며,
여성시대는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여성 회원만 있는 폐쇄된 커뮤니티로써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어디서도 일반이라고 표현할 만한 데이터를 뽑아내기 어렵다.
세번째, 인터넷 커뮤니티 및 SNS는 국가의 보안에 취약하다.
오늘날 SNS는 언론에 가까운 혹은 넘어서는 파워를 갖고 있으며,
국제정치적으로 왜곡된 정보와 조작을 통해서, 타국의 여론을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중국의 언론을 장악하는 국제전 전략은 초한전이라는 책에도 포함되는 전술이다.
그리고 SNS는 전통적 언론보다 중국같은 인구가 많은 국가에게는
매우 비용 효율적이며 효과적인 왜곡 수단이 된다.
실제 미국에서는, 특정 국가들의 언론 공작으로 골머리를 싸매는 상황이며,
작년에는 이들 국가를 상대로 국회 및 백완관에서
미국 언론에 손 대지 말라고 대놓고 겨냥한 적이 있을 정도다.
자유의 국가인 미국에서 언론을 통제하는 언론에 대한 법 제정까지 논의됬었으니 말이다.
나는 리더로써 일반의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일반의지에 의한 리딩이 어려움은 위에서 설명했다.
그렇다면, 일반의지에 의한 리딩이 과연 그렇지 않은 것보다 우월한가?
비즈니스 세계에서 꼭 그렇진 않은 것 같다.
아이튠즈는 원래 스티브 잡스 이외의 주요 인사들은 반대했던 제품이다.
세그웨이는 빌 게이츠를 포함한 모든 투자자들이 엄지를 들어올렸던 제품이다.
다수의 공통된 의견이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다수의 반대도 마찬가지고.
고객의 일반의지라는 측면에서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것은 어떠한가?
최신 마케팅 이론에 따르면 이 또한 엑스다.
왜냐하면, 새로운 패러다임이란, 고객조차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혁신을 꾀하고 새롭게 시장을 점유하고자 할 때,
고객을 통한 아이디에이션은 최선의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
가령, 니오라는 중국 자동차 브랜드는 자동차 대시보드 한가운데에
주먹 크기의 반구 모양 디스플레이가 설치되어 있다.
이 디스플레이는 사람같은 표정을 짓고, 이따금씩 운전자를 바라보는 등
음성인식 경험을 보다 구체화시키는 기능을 수행한다.
어떤 고객이 니오에게
'대시보드 한가운데에 사람 표정을 짓는 로봇 머리를 달아주세요'
라고 했을리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런 아이디어는 일반의지를 대표하는 고객에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자발적인 창의성으로부터 도출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의지라는 개념이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루소는 일반의지에 의한 통치는 도덕적 자유의 행사를 훨씬 자유롭게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오늘날 단일한 모티브를 갖고 움직이는 조직이 얼마나
효과적이며 파워풀한지 여러 예시를 들 수 있다.
넷플리스의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면 해라'라던가
구글의 'Do not be evil'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런 모티브가 조직 내 모든 액티비티의 근거가 되기 때문에,
근거에 대한 설명과 설득 과정이 축소되고, 당위성 확보가 오히려 쉬워진다.
이는 의사결정과정이 애자일해짐을 의미하며,
협업해야되는 상대방의 적극성에 대한 정당한 요구 또한 갖게 된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일반의지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차라리 사람을 뽑아놓고, 나와 다른 의지인 사람을 쳐내는 식이 더 빠를 것이다.
허무주의자인 나로써는, 물론 지속적으로 도전할 과제이다.
Delta 랩을 하나로 묶고 정의할 수 있는 모티브를 건설하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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