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는 아마 가장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철학 명제일 것이다.
언뜻 당연하게 보이는 이 문장은, 당시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고 봐야 한다.
당시에는 카톨릭과 프로테스탄트의 대립이라는 종교적 사상적 분리로 인한 갈등이 뒤덮은 시기였다.
즉, 신에 진정한 의도에 의거한 진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쟁투가 즐비했던 시기로,
이에 피로감과 회의감을 느낀 데카르트가,
인간은 생각할 수 있으므로 존재한다는 것이 진리이며
생각에 의거한 진리에 도달할 수 있음을 발상하고, 역설한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면죄부로 대표되는 당대 역사적 배경을 상기할 때,
이런 발상을 공공연히 주장하는 것은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인 접근이다.
종교로부터 파생되는 권위에 의존하거나 지배당하지 않고
개인의 생각과 진리에 대한 탐구를 독립시킬 수 있다라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데카르트의 이런 주장이 일시적인 것이며, 종국에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그는 진리의 영역에서 신을 부재시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계속 지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가 당시의 잔존하는 종교적인 분위기와 사회적 권위로부터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데카르트가 남겼다던 지인과의 편지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이후의 그의 행보 등이 그 이유다.
데카르트는 후에 '생각을 통해'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글을 남기는데, 다분히 역설적이다.
이는 기존의 종교적 권위에 굴복한 것이며, 그가 완전히 새로운 사고의 틀을 제시하는데 실패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데카르트의 실패는 오늘날 혁신과 변화를 모색하는 리더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가령, 데카르트의 시도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려는 용기가 필요했다는 점에서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사회적 권위와 그가 인지하지 못하는 어떤 리바이어던에 의해 결국 사상적 모순에 빠지는데,
이는 조직 내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실패를 용인하는 지를 보여준다.
결국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조직은 용기를 내는 사람을 많이 만드는 것을 첫번째 미션으로 삼아야 한다.
두번째 미션으로 필요한 용기의 허들을 낮추는 것이 조직에서 변화와 시도를 장려하는 자연적 해결책인 동시에
그들의 용기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건으로 변화의 성공 확률 증가책이 될 것이다.
동시에, 조직 또는 리더는 데카르트에게 무엇이 부재했는지 고민해봄직하다.
레빈의 해빙-변화-재동결 모델을 적용해 보자면, 데카라트에게는 해빙의 과정이 약했다고 볼 수 있다.
즉, 기존 패러다임을 완전히 종결짓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데카르트는 해빙 단계에서 변화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과거의 패러다임의 복귀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그가 과거의 패러다임을 해빙 단계에서 완전히 배척했다면, 프로테스탄트처럼,
근대의 철학사는 다른 물결을 탔을 지도 모를 일이다.
조직에서 완전한 해빙 단계란, 기존의 권위에 대항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실제 권위자에 대항하는 일이 될 수도 있으며
기존의 프로세스 또는 회사가 갖고 있는 레거시, 변화가 적은 정책 등이 예시다.
조직이, 적어도 리더가, 이런 권위에 대항하지 못하면
변화를 주도하는 개인은 데카르트처럼 패퇴할 수 밖에 없다.
"생각하지 않으면 죽은 바보나 다름없다"는 오래된 일본의 인터넷 속담은 오히려 현대에 이를 수록 더 가치가 빛나는 것 같다.
인간의 뇌가 3-4000년 전보다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연구가 있는데,
인간의 피지컬이 농업 및 상업, 의료 등의 기술의 발달로 점점 좋아졌다는 점을 상기할 때
이는 인간의 뇌가 점점 퇴화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생존과 안전이 위협받던 시기보다, 생각하는 일이 줄어든 게 아닐까 싶다.
한편,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저서 총, 균, 쇠에 따르면 채집 수렵 시절의 인간은
10000종에 가까운 식물을 구분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반해,
현대인의 기억력은 스마트 폰 등의 기술 스택으로 갈수록 퇴화되는 환경에 놓였다.
변화의 시작은 당연히 생각으로부터 나올텐데,
역설적으로 고민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빅테크 기업들을 보면, 이들은 여전히 매우 바쁘고 머리 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예컨데, 애플이 대표적 예시가 될 수 있다.
애플은 직접 제조하지 않고, 아웃소싱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점과 반대로 애플은 모순된 평판을 갖고 있는데, 바로 애플이 원가 관리에 진심인 기업으로 유명하다는 점이다.
애플 구매 담당 출신의 인터뷰 영상을 본적이 있는데,
애플의 구매 담당자는 아웃소싱을 맡길 때나, 맡기고 나서나
원자재의 출처, 가격, 시장 동향, qcd 등 구매 실무자가 다루는 정보를 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웃소싱 회사 포함 관련 회사의 임직원의 구성과 인원 숫자, 공장과 설비에 대한 규모와 정보 등
생산과 원가에 관련이 있을 법한 정보는 전부 꿰고 있다고 한다.
이에, 퀄리티와 트레이드 오프 없이 디테일마다 구매 담당자가 비용 절감을 이룩할 수 있을 뿐더러
문제가 발생 시, 대안을 애플 측이 선 제시하여 생산이 끊임없이 흐르게 하는 등 기민한 대응을 일궈낼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제조업 혁신이 느린 이유는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기술 스택의 리더십,
그리고 기술 스택 리더십이 경영 리더십과 정렬되는 지점이 소실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테슬라는 오늘날 기술 스태 기반 경영 전환을 가장 애자일하게 이뤄낸 기업 중 하나인데,
CEO인 일론 머스크가 R&D-제조에 이르기까지, 빠른 의사결정을 집중적으로 이뤄냈기 때문이다.
나는 리더로서 어떻게 코그니토를 적용할 것인가?
데카르트의 실패는 혁신과 변화를 안착하고자 하는 나와 Delta에게 큰 교훈을 남긴다.
Delta는 기존의 조직 문법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시작점이기에,
데카르트의 사례를 통해서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Delta의 조직원들을, 알게 모르게 조직원을 규제하는 조직 내 리바이어던을
인지할 수 있는 지혜와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이에, 용기를 가질 수 있는 개인적 근거를 갖춰야 할 것이다.
조직이 없어도 자체 생존할 수 있는 스키조프레니아형 인간이 되던지,
조직이 제공하는 사회망에 잘 융화되어 먼저 감화를 시키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으며
개인 수준에서의 반취약성을 함양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도 방법이다.
어찌되었던, Delta는 그런 용기의 근원을 기를 수 있는 장이 되야 할 것이다.
홀로 패러다임을 전환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리스 이후의 갈릴레이 이전 시대에도 경험이 많은 뱃사람들은 지구가 둥글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혹여 그런 생각을 입밖으로 내뱉었다가는 데카르트처럼 사회에 의해 패퇴당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종교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함부로 생각을 내뱉을 수 없었던 것이다.
패러다임의 전환은 사전에 다수의 공감대를 필요로 한다.
그것이 '악의 평범성'에 대치되는 '선의 평범성'으로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다수의 공감대를 만들 수 있는 가장 최소단위의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Delta라는 공간에 모은다는 아이디어,
이것이 Delta 활동을 시작한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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