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문트 후설은 에포케를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 않고 판단을 보류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는 언뜻 보면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지와 유사한 개념인데,
에포케는 단순히 판단을 멈추는 것을 넘어서,
무지를 자각하는 것을 기반으로, 생각의 프로세스를 재구성하는 것까지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사과가 있다는 판단을 할 때의 에포케 과정은 아래와 같다.
사과가 존재한다는 객관적 실체를 원인으로 인식하는 것을 멈추고,
내가 사과를 보고 있다는 주관적 인식을 결과로 하는 사고를 멈춘다.
사과를 인식하고 있는 자신이 있다는 주관적 인식을 원인으로,
사과가 그곳에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주관적 인식을 결과로 한다.
보통은, 절대적인 결과를 내가 인식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에포케적 사고는
인식된 결과를 원인으로, 생각이라는 결과가 도출되는 것으로 순위를 바꾸어 사고를 재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솔직히 글로 정리해도 아리송한데,
왜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것일까?
이는 명백히 아는 것이 꼭 명백히 아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다.
우리는 앞 문단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인식한다'는 이런 사고 방식은,
사건, 현상, 사물에 대한 절대적 정답을 미리 결론짓고
나는 단순히 인식하는 관찰자적 존재로 격하시킨다.
반면, 인식하고 있어서, 존재한다라는 에포케적 사고 방식은,
인식이라는 주관적 행위인 원인 자체를 의심할 수 있으며
더불어 그로 인해 파생되는 생각의 결과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이다.
나는 리더로서 어떻게 에포케를 적용할 것인가?
에포케는 타자의 얼굴을 계속 바라보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는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다시 한번 고찰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객관적 실체에 대한 의심하는 노력과
자신의 주관적 사고를 타자화시키려는 노력은
특히 개인적인 가치관 등 좁은 영역에 닫혀 있는 이야기를
좀 더 상호 오픈된 대화의 가능성을 만들어줄 수 있다.
경청이란 무엇인가?
심리상담 등의 분야에서는 경청을 나의 마음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읽는 것으로 정의하고는 한다.
대개 나의 사고를 기반으로 상대방을 분석하는데 그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관찰하고, 상대방의 마음과 감정을 알아챔으로써,
상대방의 관점에서 대화를 분석하는 것이다.
정확히 에포케와 사고의 흐름이 맞아떨어진다.
리더로서, 꼭 지식과 업무에 국한되지 않더라도 다양한 가치관을 마주하게 된다.
몇 가지는 나와 비슷하고, 몇 가지는 나와 다르며, 몇 가지는 실망스러운 것도 있다.
그 과정에서 나의 감정을 배제하고 상대방의 마음과 역사를 읽어내는 데는 트레이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코칭에 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이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의미가 있었다.
조직원도 마찬가지다. 결국, 조직원도 역으로 코칭을 해야 팀장의 의도를 알 수 있다.
언젠가는 조직원들에게도 코칭을 가르치는 기회가 생겼음 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좀 더 우리에 가까워질 가능성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리더십&성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46. 브리콜라주 (0) | 2024.06.23 |
---|---|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45. 반증가능성 (0) | 2024.06.22 |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43. 시니피앙과 시니피에 (0) | 2024.06.22 |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42. 변증법 (0) | 2024.06.22 |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41.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0) | 2024.0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