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불라 라사란,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석판이라는 의미의 라틴어다.
타불라 라사, 경험론을 주장한 존 로크는
인간은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석판 상태에서,
경험을 통해 후천적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생각을 쌓아간다는 뜻이다.
장 칼뱅이 그러했듯, 언뜻 당연한 소리인 것처럼 들리는 존 로크의 경험론도
기존 철학관을 부정하는 움직임이었다는 데에도 큰 의미가 있다.
가령 플라톤은 이데아를 통해 전생의 지식을 갖는다라는 주장을 했으며,
데카르트는 사고와 연역 과정을 통해서 세상을 인식할 수 있다는 주장을 했었다.
존 로크는 이런 과거의 저명한 패러다임을 부수는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더 나아가, 경험론적 사상은 역사적인 결과까지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 중요하다.
당시 신분제가 당연하던 사회에서,
누구나 탄생 시 출발점은 같으며 동일한 가능성을 가짐을 내포하였으므로,
이후 프랑스 혁명 등의 역사적 사건의 기반이 된 사상이기도 하다.
이를 보면, 철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간과 사회의 공통된 세계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깨닫게 한다.
오늘날 조직문화가 중요함을 주창하는 것은,
조직 내 뿌리깊게 자리 잡은, 특유의 사고관을 부수는 일 부터 시작해야 함이다.
이게 부서지면, 역사는 알아서 찾아온다.
한국은 노동조합 및 사회적 분위기가 평생 직장을 (특히 대기업에게)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정년을 보장하지 않는 기업을 악마화 시키는 경향이 있다.
고용탄력성이 높아야 사회 전체의 고용률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는데 말이다.
물론, 한국의 고용에 대한 사회 기반이 양질 양방향에서 부실하기 때문에,
위의 문장이 한국에 곧이곧대로 적용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긴 하다.
가보지 않은 길이므로, 정치권을 포함한 주요 의사결정권자들이 쉽게 목소리를 내기 어렵고
마찬가지로, 국민의 입장에서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식의 팔로업이 중요한 시대이다.
반대로, 낮은 수준의 고용탄력성은, 대기업 임직원의 지식 팔로업을 저해하고 있다.
왜냐하면 한국 대기업 임직원은 스키너 박스에 갖힌 실험쥐다.
새로운 무언가를 하려고 애쓰기보다, 이미 박스 안에 만들어진 레버를 누르는 데에 집중한다.
델타에 속한 나의 동료들, 내가 본 한국인 직장인들은 이런 상속받은 관습에서 갇혀있는 것이다.
레버를 누르는 것 외에는 대형 먹이를 찾거나-먹이를 직접 길러 먹거나-새로운 먹이를 만드는
그런 경험을 증명해내는 것을 목격한 적이 없다.
그래서 레버만 누르는 것이 당연하며, 의심조차 하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대학교 학습과 전공에 대한 태도 부분이 그러하다.
개인의 삶에 있어서, 학습이란 대학교 4년에서 끝난다고 생각한다.
다른 전공의 학부 전공 수준의 지식을, 졸업 후에 직접 형성할 수 있다는 상상을 하지 못한다.
직접 박스를 2개, 3개, 무한히 만들어내는 사람을 보기란
또, 그게 교육과정 바깥에서 스스로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을 보기란 매우 어렵다.
졸업 전공과 다른일을 하는 경우도 물론 있다.
하지만, 그 경우는 대부분 졸업 전공이 제공하는 박스의 레버가 박살나거나 고장난 경우다.
생존에 관한 것이므로,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와 동일선상에 놓기 어렵다.
나는 조직의 리더로써, 타불라 라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조직원이 사회나 조직으로부터 상속받은 학습에 대한 바이어스를 깨야한다.
각자가 여전히 학습을 할 수 있는 존재이며,
이를 통해 개인의 성장을 도모하고,
한국 사회가 제공하는 안전한(?) 울타리 바깥의 세상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혹은, 조직이 정해놓은 한계를 초월할 수 있는
포텐셜이 충만한 존재임을 인지시켜야 한다.
이는 일종의 계몽 활동인 것이다.
나는 러닝랩:델타 활동에서 아래의 단계로 청사진을 그리고, 실행하고 있다.
첫번째 단계에서는, 나 스스로 그런 존재가 되어 사례적 증명을 만든다.
두번째 단계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인이 타불라 라사로써 개인의 내적 성장과
외적인 결과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지를 직간접적으로 설명한다.
두번째 단계를 통해서,
나는 존 로크와 달리 역사적 이벤트를 직접 앞으로 끌어당길 수 있는 리더로 거듭날 수 있다.
세번째 단계는, 나 이외의 존재로부터 누구나 타불라 라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마지막 단계로, 모든 조직원이 영원히 타불라 라사 상태임을 계몽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사회 구성원의 성장과정에서 눈에 띠지 않게 세뇌와 상속된 바이어스를 발견하고 해체하는 것이다.
내가 발견하고 경계하는 사례 중 하나는, 사회적 우상화다.
대표적으로, 학벌을 예로 들 수 있다.
명문대 출신의 의견에는 더 많은 사회적 지지와 암묵적 동의가 비판없이 이뤄진다.
반대로 명문대 학벌은 개인의 의견을 피력하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장벽을 만든다.
이는 개인적 역량 향상과 액티비티에도 영향을 끼친다.
'명문대생도 못했는데, 내가 어떻게 하겠어.'
또는 '명문대생이니까 역시 결과를 만든거지, 나였으면 못했을 거야.'
(명문대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관점에서 건강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이건 명문대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이를 수용하는 사회 또는 개인에 대한 비판이다.
학벌을 포함한 지위를 통해 사회적 리더십을 발휘할 때,
사회적 리소스를 절약할 수 있기에 사회적 효율성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그리고 개인이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 또한 건강한 일이다
또한, 통계적으로 이들의 의견에 먼저 집중하는 것이 당연하게 비용효율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비판의 잣대가 얇아질 수는 있겠으나 비판이 실종되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새롭게 조직 내에서 생기는 바이어스를 관리해야 한다.
가령, 대표적인 해로운 바이어스는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을 거 같다.
'쟤가 어차피 잘 하니까, 나는 안해도 되겟지'
또는 '나는 저 친구보다 못하는 게 당연하지. 난 안될거야 아마.'
리더 개인의 차원에서는 지속적인 임파워먼트 / 퍼실리에이팅 그리고 필요하다면
워크 스트림에서 대적적인 조직원을 임시로 분리하는 방법을 취할 수 있다.
조직의 차원에서는 이런 바이어스를 형성하는 것을 악마화할 수 있는
원칙을 수립하고, 모든 구성원에게 내재화시켜야 한다.
AWS LP가 그 예시가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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