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션3를 프로젝트로 진행하기로 한 많은 이유 중에 하나는,
이 활동 자체의 지속성을 위함이었다.
이 러닝랩 활동은 그 자체적으로 매우 이질적이었다.
내가 속한 실 내부적으로도, 회사 관점에서 외부적으로, 어디의 룰도 따르지 않으면서
오로지 당시 실장님과 나와의 합의를 통해 유지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나는 한참 전 부터, 이 활동의 존속성이
나라는 개인에게 귀속되어 있음을 알고 있었고 지속가능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나는 그 보다 영원한 것을 원했다.
가령, 내가 이 활동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유지될 수 있는.
따라서 이 활동 전반기의 내 목표 중 하나는,
이 활동이 유지되야 하는 권위적 정당성일 만드는 것이었다.
가령, 막스베버가 말하는 합법성, 조직적 카리스마를 실 레벨에서 이식하는 것이었다.
이런 활동만이 불러올 수 있는 특이점을 인식시키는 것
그리고 직접적으로 이들의 성장을 표면화 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한편으로, 실장님과 수 차례 개인 면담을 가지면서
실장님 역시 비슷한 조직적 정당성이 필요함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3개월 정도의 시간을 가지고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학습 조직 내부에 지속적으로 심었다.
무엇이 되었던, 처음은 중요한 법이다
만약, 공유회의 진행과 첫 스피치를 내가 가져간다면
학습활동이 나의 사유물이로서 비춰질 여지가 높았다.
이는 나에게 러닝랩 활동이 상속받는 걸 피하려는 목적에 카운터였다.
따라서, 공유회 준비부터 전체 진행까지 다른 사람에게 맡겼다.
전부터, 다음 세션으로 이런 걸 해보면 어떠냐고 두 세번 개인적으로 찾아와 얘기했던 친구였다.
이렇게 한 이유 중 다른 하나는 러닝랩 내부적으로 주인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함이었다.
세션3부터 발표회까지 이어지는, '나의 희석'의 흐름을 이어가면서
이런 조직 통합적 활동까지 그들의 손으로 직접 마침표를 찍게 하자는 의도였다.
한편으로, 구성원들에게 모든 발표를 맡길 수는 없었는데,
왜냐하면 우리는 공식적인 킥오프 활동을 가지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이 활동의 취지와 목표 등을 설명하는 시간이 필요했으며,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나 뿐이었다.
이런 내용으로 발표를 잠깐 할 것이라고 러닝랩 내부적으로 얘기를 하였고,
구체적인 발표 자료와 내용은 나 나름대로 작성했다
취지 > 부탁 > 활동 내역 > Delta라는 이름을 개시하는 순으로 발표자료를 작성했다.
쓰다보니 빠뜨렸는데, 우리는 세션3 이전에 팀 이름을 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2-3주 정도 각자 생각이 나는대로, 이름을 화이트보드에 적어놓기로 했다
나는 전부터 생각한게 있었으므로, 사람들이 의견을 자유로이 타진할 수 있도록
일부러 시간을 두고 거의 막바지에 적었다.
그리고 각 이름을 두고 자유롭게 중복투표를 진행했는데,
결국 내 아이디어인 Delta가 정해졌다
Delta라는 이름은 이 활동을 개시하기 한참 전에 지어뒀는데,
단연 여러 의미를 함유할 수 있도록 지은 것이었다.
나는 전부터 물의 이미지를 지닌 이름들을 좋아했기에, (스프링쿨러, 웨이브, 플로 등)
물에서부터 아이디에이션을 시작했다.
한편, 물의 특징은 너무 잘 알려져있어서,
스토리를 만들기가 좋고 그 스토리를 상대에게 납득시키기가 좋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여튼 학창시절 지리 시간에 배운 갖가지 용어들을 떠올려보다가,
삼각주가 떠올랐는데 마침 의미를 부여하기가 매우 좋았다.
강 하류에 이르러 고운 모래들이 모여 만드는 새로운 토사층,
삼각주의 생태지리적 & 사회지리적 의의,
지리적으로 강과 바다 사이의 위치라는 점 등이 그러했다.
아래는 내가 부여한 의미들이었는데 썩 듣기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내용들이었으므로
어찌보면 당연하게도 내가 만든 이름으로 이 활동의 이름이 정해질 수 밖에 없었다
- 각기 다른 배경과 지식을 가진 사람들(모래알)의 모임
- 여러 지식적 인사이트가 모여드는 곳
- 삼각주에 새로운 생태계가 생기 듯, 전에 없던 새로운 인사이트와 액티비티를 구현
- 삼각주의 비옥한 토양처럼, 지식과 역량이 적층되는 공감간적 활동
- 바다로 비유되는 도전적인 다른 세계로 나갈 수 있는 시작점
구태여 활동의 이름을 정하고자 마음 먹은 것은 여러 이유가 있었다.
조직적 관점에선, 규칙과 방향을 자생적으로 만들 수 있는 근거가 되길 바랬다.
그리고 더 나아가 스스로 역사적 타당성을 빌드하여
조직의 효율화를 스스로 구축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고 싶었다.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지속해서 내가 이런 무형적 가치를 지탱해야 했으므로.
조직관리적 관점에선, 이런 활동이 더 많은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 여지가 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속한 실은 공대생, 기술적인 인사이트와 액트가 더 많았기 때문에,
문과적 혹은 디자인적 소양을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가 나에게 미션이었다.
- 이를 바탕으로 자체적인 브랜딩 / 마케팅 공부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
- 브랜딩을 바탕으로, 조직 관리에 대한 전조직원 인게이지 수단
- 네이밍과 브랜딩을 통한 활동에 대한 소속감 고취
- 문과적 취향과 역량을 가진 구성원의 온보딩 수단
- 브랜딩을 통한 일관된 조직적 목표 수립
어느새 발표날이 되었고
공유회를 주도하여 준비하던 구성원의 간단한 인사와 정릿말과 함께 내가 먼저 발표를 시작했다.
뒤이어, 나머지 구성원들이 지난 1.5개월 정도의 시간동안 기획하고 준비했던 내용을
두 개조가 차례대로 설명해나갔다.
나조차도, 그 발표날이 되어서야 결과를 제대로 보는 것이었는데,
생각보다도 훨씬 많은 양의 진행과 퀄리티에 조금 놀랐다.
주당 2시간 그것도 4인의 팀플.
내가 기억하는 시간적 자원을 초월하는 결과물들이었는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개인 시간을 그들이 기꺼이 투자했음을 의미했다.
그 점이 인상깊었고, 한편으로 고마웠으며
바로 그 지점이 내가 장기적으로 바라는 모습이었다.
각자의 외부에서의 성장이, 내부의 집단에게 전이되고 전파되면서
양성 피드백의 순환고리가 완성되는 것. 이것이 내가 원하는 궁극적 결과였다.
그리고 당일에 내간 본것이야말로
공부하지 않으면서도 지적으로 끊임 없이 성장할 수 있는 초석이었다.
한편, 공유회는 일부 실패이기도 했다.
공유회의 목적 중 하나는 내부적 지지를 얻어내는 것이었는데, 핀트를 잘못 잡았구나 싶었다.
그리고 지금은 논리기하학과 뇌과학을 공부하면서
확실히 내가 조급하고 신중하지 못했으며
이해받을 수 없는 스피치를 진행했음을 이해하고 있다.
어찌되었던, 나의 실책은 크게 2가지가 있었는데,
첫째로는, 우리의 활동과 단기간의 성장이 어떤 것임을
서비스 기획이란 것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분들이 이해할 수가 없었다는 점이며
두번째로는, 내가 준비한 발표 그 자체였다.
실에서 긴 기간동안, 서비스 PM을 해보신 분이
굉장히 대단한 성장이라며 발표 뒤 시간에 얘기해주셨긴 하다만,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마냥 호의적이진 않았다.
이후에 3자 또는 4자를 통해 들려오는 코멘트들 또한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피드백들이 꽤나 있었다고 했다.
나의 발표는 현재 우리 실에서 업무간 장벽이 깊고
서로 공유가 안되며 심지어 IT 기술과 개발이 업무 사일로를 강화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업무 사일로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IT에 대한 지식적인 공통 분모를 형성하여
이를 바탕으로 업무적 교차지점을 형성하자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학습활동의 폐쇄적인 운영과
내가 지난 3개월간 만든 내부적인 레퓨테이션 등이
(지난 3년간 쌓아온 레퓨테이션을 소진하면서, 안티테제가 내부적으로 생긴게 있었다)
발표 내용과 잘못된 화학반응을 일으킨 것이었다.
가령, 늙은이들은 나가라는거냐 이런 반응이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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