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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ta Learning Lab Project

2. 러닝랩을 왜 시작했을까

by 랜턴K 2024.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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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에 입사를 했고,

22년에 웹 시스템 리뉴얼을 맡았다. 

사수랄 것도 없었고, 인수인계서나 기존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사용했던 개발기획서 한 장 없었다.

17년도 개발 초창기에는, 턴키 방식으로 기획까지 용역을 맡기는 식으로 진행했기 때문이었다. 

 

팀 내에서, 또 실 내에서, 조언 아니 하다못해 작은 방향성의 갈피조차 의논할 사람이 전무했다. 

내가 속한 팀의 주요 R&R은 웹 시스템 개발과 전혀 상관이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선배가 없는 게 당연했다. 


22년도부터, 러닝랩, 아니 구성원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무언가를 해야겠다,

그것이 나에게도 필요할 뿐더러, 내가 속한 조직에도 필요한 일이다란 생각을 했다. 

계기만큼이나, 행동에 옮기겠다는 의지도 또한 분명했다. 

 

그럼에도, 22년 바로 행동에 옮기지는 않았다. 

2년이나 지난 지금 쓰는 것이므로 이유 전부를 떠올릴 수는 없을 테지만 대충은 이러하다 

- 22년에 시작했으면, 반영구적인 학습 활동 또는 조직을 만들 수 없었다

- 22년에 시작했다면, 나를 위한 활동으로는 만들 수 있었을 테지만, 팀/실을 위한 활동으로는 만들 수 었었다

- 22년에 시작했다면, 활동 중에 아이템을 정하지 못해서 생기는 공백을 메울 수 없었을 것이다

- 22년에 시작했다면, 활동의 병목지점에 대한 해결을 쉬이 하지 못했을 것이다

- 22년에 시작했다면, 활동의 일관된 방향성을 나 주도적으로 만드는게 어려웠을 것이다

- 22년에 시작했다면, 내가 마주하고 있는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조직문화)에 영향을 끼치는 활동으로

  격상시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유야 너무 많았다. 아마 쓰고 쓰고 써도 계속 써질 것만 같다. 

 

하여간, 이런 제약사항을 극복하기 위해서 몇가지 조건을 세팅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했다.

- 활동의 하드웨어를 메꿀 수 있는 나의 하드웨어적 / 소프트웨어적 역량 

- 활동의 방향성, 이상향, 전략에 대한 청사진

- 그런 청사진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을 나에게 내재화 

- 리더십을 발휘하는데에 거리낌이 없을 충분한 팀/실 내 조직원의 숫자 

- 특유한 리더십을 허용해 줄 만한 명분과 자격의 형성

- 명분과 자격에 대한 공개적 증명 등.


사실, 내가 맡은 웹 업무는, 실무적으로는 팀 관점에서 서브잡 수준의 업무였다.

뭐, 제대로 디깅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으니까 더욱 그러했다. 

그럼에도, 그 웹 업무는 고객경험향상이라는 굉장히 중요한 밸류에이션을 창출할 수 있는 포텐셜이 있었다.

그 점이 나에게는 참 좋았다. 

또한 이 점 때문에, 임원진에게는 꾸준히 보고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위의 이러 저러한 사유로, 그저 보여주기식, (나쁘게 말하면 소위 광팔이)에 그쳤고, 

그 점이 나에게는 매우 싫었다. 

 

나의 한계가 그대로 업무의 한계에 귀결된다는 게 너무 분하고 안타까웠다. 

그리고, 그것을 방치하는 조직에도 문제의식을 느꼈다. 

23년 즈음에는, 나만 잘하는 건 우물을 깊고 넓게 판 개구리가 되는 것 정도의 의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이 왔을 때, 대학원생이었던 동생이  

 '내가 가르쳐서라도, 연구동료를 만들어야겠어' 

라고 얘기했을 때, 너무 즐겁데 토의했던 기억이 난다. 

 

다시 22년으로 돌아와서,

아는 게 없었기 때문에 기본적인 설계요건을 뽑는 것도 불가능함을 느꼈다

언젠가 유튜브에서 봤던, 두루뭉술한 조건을 엔지니어에게 요구하는 디자이너를 풍자하는 영상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게 나였다. 


하고 싶은 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를 때

어떤 조건들이 필요한지를 찾아야 되는 때

혹은 그게 뭔지도 모르는 때도 많았다. 

드문 드문 웹기술을 검색해나가며 두루뭉술한 것들을 구체화시키려고 노력했다.

되는 대로 공부해나가면서, 앎의 범위를 소금 뿌리듯 넓혀나갔다

 

입사 3년차 23년 2분기 즈음, 출구전략 겸 공부를 계속해왔던 것만으로,

40여명의 실원들 중 IT에 있어서 가장 전문가에 가까워짐을 느끼고 있었다.  

나로써는 좋은 일이었지만, 무언가 더 크게 잘못되가고 있었다.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나는 점점 조언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이 되버렸고, 업무적으로 고립되었다.  

동시에, 파이프라인에 떨어진 채로 더 객관적으로 내가 속한 조직을 볼 수 있었다. 

나머지 40여명의 조직원이 만들 수 있는 상방의 한계란,

과연 나 하나의 한계를 넘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라면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22년부터, 웹 시스템 개발 기획을 진행하면서, 

인프라-데이터구조-동적기능-디자인-UIUX-운영전략-정책전략-법규검토 등

내 손이 닿지 않은 건 백엔드 어플리케이션과 코딩 밖에 없었다. 

내가 아무리 찍먹수준으로 전영역에 걸쳐 커뮤니케이션과 디시전 메이킹이 가능하다 한들,

모든 영역의 전문가가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아 가고 있었다. 

어느정도의 커버리지를 갖고 함께 집중화 고도화 시킬 파트너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건 남들도 필요해야 했는데, 남들은 잘 모르는 듯 했다

 

단순히 배우고, 나누는 학습조직? 스터디?로는 불충분하다고 결론이었다. 

조금 더 자생적이며, 자발적이고, 영구기관에 가까운 동력이 필요하며 

그것을 서포팅할 소프트파워, 예컨데 새로운 워크에씩-어티튜드-조직문화-펠로우십과 리더십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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