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상사에게 반론을 제기할 때면, 심리적 저항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혹은, 아예 반론을 제기하지 못할 정도로 그 저항감이 강하던지.
네덜란드 헤이르트 호프스테더는 이를 국가별로 조사하는 데,
이런 저항감을 수치화하여 '권력거리 지수'라고 명명하였다.
이 조사는 IBM의 의뢰에 의한 6년간의 연구에 포함되는데,
IBM의 연구 의뢰 목적은
각국 지사 관리직과 부하직원간의 업무와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어떻게 다른지 파악하고,
그리고 이러한 차이점이 지적 생산 활동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호프스테더는 여섯가지의 차이 요인을 정리하는데, 아래와 같다.
그 중에 하나는 물론 권력거리다.
1. 권력거리 지수
2. 개인주의
3. 불확실성 회피지수
4. 남성성
5. 장기적 적응
6. 자율성과 통제성
상식과 당연하게도, 권력거리가 클 수록 지적 생산활동에 악영향을 끼친다.
대표적인 예시가 항공기 내 기장과 부기장의 관계다.
통계학적으로 기장의 사고율이 부기장의 사고율보다 높다.
왜냐하면, 서열 관계가 뚜렷한 조종실에서,
부기장이 기장에게 사고가 날 것 같다는 경고를 쉬이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호프스테더의 조사 중, 가장 높은 권력거리 지수를 갖는 국가는 일본이었다.
한국은 조사 대상이 아니었므로,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낮은 쪽에 속하긴 어려울 거 같다.
2위가 프랑스인 걸 봐선 말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낮은 권력거리 지수를 갖는 국가로는 (다소 당연할 지 몰라도) 미국이 포함되었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 KPI 제도를 지적한다.
가령, KPI제도는 미국에서 개발되었는데,
이 제도의 대전제는 직원과 관리자가 대등한 위치로 소통하는 것이다.
당초 설정한 KPI보다 모자라다면, 직원과 관리자가 어떻게 상승시킬지 토의를 하고,
KPI에 달성한 상황에도 더 큰 경영성과를 만들지에 대해 양자 토의를 하는 목적이다.
즉, KPI는 인사평가보다 경영성과를 관리하는 기준선으로써 활용되는 것이다.
직원과 관리자 KPI라는 기준을 통해, 팀으로써 공동승을 달성하는 것이 이 제도의 목적이다.
하지만, 한국 그리고 일본 (저자는 일본의 경우만 지적하였다.)의 경우에는,
저자는 KPI 제도의 원래 취지를 망각하고,
표면에 드러나는 '지수화 활동'만 쏙 빼와서
직원 개인의 인사평가 목적으로만 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직원들과 관리직 사이의 권력거리로,
원활한 의사소통이 일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건강한 KPI 제도가 정착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한편으로 내 개인적 생각으로는 위 이유 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의 관리자들이
권위주의를 기초로 하는 권력거리를 갖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도 한 몫한다고 본다.
또, 인사팀의 KPI제도에 대한 왜곡된 정책 설정도 이유가 될 것이다.
어찌되었던, 이 모든 원인과 결과가 닭과 달걀의 관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제자체가 왜곡된 KPI제도라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진다면 괜찮겠으나,
적어도 나의 경험에 따르면, 왜곡된 KPI 제도는 악법에 가깝다고 여겨진다.
1. 관리직의 현업에 대한 이해도를 떨어뜨린다 (편리함의 함정)
- 관리직은 별도의 노력 없이 지수를 통해 성과와 결과를 간단하게 판별할 수 있다.
- 편리함의 함정에 빠져, 현업의 세세한 부분(가령 법규의 변화, 프로세스, 기술 트렌드)의 관심이 누락된다.
- KPI 기준에 맞추어 순항한다면, 문제가 없다는 착각에 쉽게 빠진다.
2. 직원은 지수를 맞추는 데에 집중하게 된다 (대가_스키너)
- 목표가 설정되면, 목표가 없을 때보다 성과가 떨어진다.
- 왜냐하면, 목표가 생기고 나면, 사람은 목표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달성할지 집중하기 때문이다.
- 반대로 목표가 없을 땐, 사람은 열심히 해서 성과를 내는 것에 집중한다.
3. 당초 설정한 KPI보다 초월한 성과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 (대가_스키너)
- 목표 KPI가 달성되면, 끝이기 때문이다.
4. 직원은 굳이 혁신과 변화의 과정에 힘을 쓰지 않는다.
-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과 혁신하는 것은 동의어가 아닐 때가 많다.
5. KPI 달성을 못한 직원을 무능으로 내몬다. (공정한 세상 가설 / 마태효과)
- 관리직이 인지부조화를 회피하는 방법 중 가장 간편한 방법은, 실패를 직원의 탓으로 모는 것이다.
- 위의 방법으로 관리직은 본인의 무관심, 나태와 무능에서 회피할 수 있다
6. 따라서 직원은 KPI를 적극적으로 왜곡한다.
- 5번을 회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 그리고 어차피 1번 상태의 관리직은 알아채지 못한다.
나는 리더로써 권력거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리더로써, 권력거리 뿐만 아니라 호프스테더가 말한 여섯가지 요인을 모두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특히 나의 경우에는 권력거리가 가장 중요한 요인인 것은 맞는 듯 싶다.
왜냐하면 Delta 활동의 시작에서,
나는 마키아벨리즘에서 큰 영감을 받고 끌어모았기 때문에,
카리스마적 권위가 적은 편이라고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나는 이 점을 다소 과하다시피 인지하려고 노력중이다.
가장 신경을 쓰는 점은, 얼마나 잦은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느냐이다.
특히, 적대적인 상호작용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행하는지를 항상 관심에 두고 있다.
책에서 저자가 말하듯, 상급자 혹은 파워가 있다고 여기는 사람에게
반대의 말을 하는 것은, 긍정적 상호작용을 꿰하는 것보다 배수로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나와 대치되는 상호작용에 대한 나의 리액션을 조심하고 있다.
자칫하다가는, '저 사람은 어차피 내 말을 안들을테니까"라는 식의 왜곡된 르상티망을
만들지 않고자 신경쓰는 중이다.
반론의 수용적 태도를 보임으로써, 부정적 경험을 주지 않으려고 늘 생각한다.
언제든지 나를 공격해도 된다는 조직원들의 인식이 필요하다.
그런 사고적 안전지대가, 커뮤니케이션의 다양성을 확보해줄 것이다.
실패에 대한 안전지대가, 창의적이고 도전전인 시도를 확보해주듯이 말이다.
저자의 말처럼, 수동적인 경청만으로는 권력거리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괜히 관리자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으로 임파워링 / 퍼실리레이팅 / 코칭 등 다양한
기법들이 수시로 나오는 것이 아닐 것이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타인에게 보여주기식 페르소나를 갖고 있고,
100%의 솔직함을 끌어냈다고 단언할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조직원의 말을 들으려고 하기 보다,
조직원이 마음으로 자발적 행동을 하도록 해야한다.
왜냐하면 무의식은 의식이고 의식은 생각이며 생각은 행동이기 때문이다.
가령, 나와 반대되는 컨셉을 디벨롭시키는 기회를 부여하는 성공적 경험을 줘야 한다.
마치 스키너박스의 실험쥐에게 특정 행동을 할 때 먹이를 부여하듯이 말이다.
최근에, 프로젝트를 끝내고 롤링페이퍼를 마니또를 결합시킨 방법으로 진행했다.
누군가가 내게 주머니에 손넣지 마세요라는 코멘트를 남겼고,
차주에 강의 진행 중에 불현듯 그 내용이 생각났다.
'맞다, 누가 손 넣지 말랬는데' 롤링페이퍼 내용을 언급하며 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뺐었는데,
전혀 의도치 않게 Delta 조직원들의 좋은 반응이 있었다.
사소하지만 이런 사소한 변화조차 조직원들에게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느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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