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불필요한 것들을 소비하는가?
프랑스의 철학가인 장 보드리야르는 '차이'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모스코비치가 주장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격차를 선호한다는 내용과 통하는 면이 있다.
저자는 보드리야르를 시작으로 고전적 마케팅 소비관을 다시 짚는다.
고전적 마케팅 이론에서의 사람들의 소비관은 크게 3가지 편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1 기능적 편익
2 정서적 편익
3 자아실현적 편익
위의 3가지가 그것이다.
상식적인 추론으로도 1>2>3 순서로 사람은 편익을 추구하게 되며,
상품 역시 1>2>3의 편익과 소비자 욕구를 충족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기능적 편익이란, 상품의 본질적 기능을 좋은 품질로 충족시키는 것을 말한다.
가령 전화기는 전화가 잘 되야 하고
자동차는 시동이 잘 걸리고, 잘 밟히고, 잘 멈추면 된다.
정서적 편익이란, 상품이 제공하는 디자인 또는 소재감에서 나온다.
고객은 오감적 요소가 뛰어난 제품을 선호하게 된다.
오늘날, 브랜드의 스토리 또는 브랜드가 갖는 개성이 중요해졌다.
바로, 자아실현적 편익이 고객들에게 중요해졌음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애플이 그렇다고 볼 수 있는데,
애플의 젊고 혁신적인 이미지가 젊은 소비층에게 크게 영향을 준 측면이 있다.
애플의 이런 이미지는 삼성의 갤럭시를 올드하고 진부한 것으로 만들었다.
10년대 초중반 시장을 양분하다시피 한 두 개의 브랜드였지만,
성능마저 아이폰이 갤럭시를 따돌리며 10년 후반부터는 시장의 균형이 크게 무너져내렸다.
이는 특히 중국시장에서 두드러지는데,
중국의 반미 감정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아이폰은 점유율이 건재한 반면에
브랜드의 이미지가 희미했던 삼성은
저가 저성능의 도메스틱 브랜드에도 치이는 신세가 되었다.
내가 아는 어떤 혹자는 삼성의 무선사업부의
A시리즈 전략을 비판하는데, 어느정도 일리가 있다.
갤럭시라는 브랜드를 저렴해도 꽤 괜찮은 것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스마트 폰을 사도 괜찮다라고 학습을 시켜준 셈이다.
해리 백위드는 마케팅 전략 중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저가 정책을 뽑는데,
나보다 저가의 제품이 나왔을 때 대응책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삼성의 A시리즈도 중국의 저가폰 공세에 그대로 밀려나야 했다.
보드리야는 기능적 편익이 주요한 상품은 시장 성숙에 따라 도태됨을 지적한다.
왜냐하면 고개들은 정서적 편익과 자아실현적 편익을 제공하는 상품에
눈길을 돌릴 것이기 때문이다.
보드리야는 기능적 편익이 이미 충족되고 있으나,
여전히 시장이 확대일로임을 관찰하면서 이 점을 깨달았다고 한다.
사람들은 삶에 필요한 기능이 충분한데, 왜 계속 물건을 구매하는가?
보드리야는 개인 욕구가 충족되는 기준이 스스로에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본다.
대신, 남들과는 다른 사회적인 차이를 소유하는 것이
개인 욕구의 만족을 만든다고 설명한다.
이 주장은, 현대 뇌과학 측면에서도 일리 있는 해석인데,
인간의 뇌는 인간 스스로 만족하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도파민이 행복계보다 욕구계를 자극하기 때문인데,
지속적인 욕구를 해소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지속적인 차이를 만드는 수 밖에 없다.
보드리야는 차이적 소비가 사람의 기호를 나타낸다고 말한다.
선택한 것과 선택하지 않은 것의
구매한 것과 구매하지 않은 것에서 기호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뒤집어서 말하면 기호성이 없는 제품은 시장에서 도태됨을 의미한다.
따라서 마케팅 활동은 이런 기호의 차이를 첨에하게 충족시키고
선택하지 않은 사람과 선택한 사람의 차이를 최대화시키는 것이 목표가 되야 한다.
마케팅에서 타겟팅을 설명할 때,
고객 모두에게 어필하는 제품은 고객 모두에게 필요 없는 제품이라고 설명하는데,
위의 타겟팅에 대한 설명이야 말로 보드리야의 '차이'를 관통한다.
사람도, 고용도 같은 관점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가령, 미국의 노동시장에서는 수십년간
고졸자와 대졸자의 취업자 비율이 줄고 석사와 박사 취업자의 비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즉, 고용에 대한 기능적 편익 관점이 점점 극심해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한국의 개발자 취업 시장도 비슷한데,
유튜브나 커뮤니티를 둘러보면,
완성형의 개발자만이 취업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기능적 편익이 충분히 만족된 고용시장이 형성된 이후
미래의 고용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상품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정서적 편익을 조직에게 가져다 줄 수 있는 사람,
고객과 동료에게 자아실현이 가능한 무언가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
나는 리더로써 차이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프로덕트가 어떤 편익을 제공하는 것인지 분석하고
현재 프로덕트가 위치한 시장을 분석함으로써 업무에 적용해 볼 수 있다.
기능적으로도 불충분한 시장에, 정서적인 편익을 강조해봤자
예쁜 쓰레기를 만들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나는 동남아의 자동차 시장에서, 이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했다.
동남아의 대부분의 고객은 자동차가 제공하는 기본 기능 대비 가격이 중요해 보였다.
자동차의 내장 품질, 외부 디자인을 통한 정서적 편익을 고객들이 신경쓰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은 차급에 따라 품질과 디자인에 차이를 둔다.
반면, 말레이시아 도메스틱 브랜드의 자동차들은 높은 점유율에도 불구,
차급 상관 없이 내장 수준이 엇비슷했고, 디자인적 차별점이 없어보였다.
국제적으로, 일본의 자동차 브랜드가 한국 브랜드 대비 강세인 것도 비슷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자동차 시장 특성 상, 정서적 편익이 크게 두드러진다고 보기 어렵다.
대중 자동차 시장은, 차급과 가격이 맞는지를 우선 선택하기 때문이다.
가령, 같은 가격이면 더 많은 기능을 제공하는 차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확실히 그렇다.
(정서적 편익이 중요한 시장이면, 기능이 떨어져도 예쁜 상품을 사는 데 반해서 말이다)
이 때, 일본 브랜드의 고품질, 낮은 고장률에 대한 이미지는, 기능적 편익을 극대화 시켜준다.
일본 브랜드 자동차가 올드하고 못생긴 디자인을 가졌어도, 여전히 한국 브랜드보다 강세인 이유다.
남들이 다 하는 것만 해서는, 우리가 지금까지 해오던 것만을 해서는 차이란 만들 수가 없다.
고객을 통해서도 차이를 만들 수 없다.
고객은 어차피 시장을 통해서 전체를 조망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객의 니즈란 이미 존재한다는 한계, 이미 누군가 팔고 있는 것으로 차이가 없는 것이라는 한계 갖는다.
세상에 없던 것만이 차이를 만든다.
그리고 이것은 꽤나 높은 수준의 창의성과 고통을 요구한다.
최신 마케팅에서는 고객을 교육시켜야 한다고까지 주장한다.
고객을 교육시켜서, 나의 차이를 인지할 수 있는 상태로 이끄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직을 바꾸는 일,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키는 일 또한 그런 게 아닐까?
나와 함께 일하는 조직원을 교육시키는 일의 시작,
그래서 기존과의 차이를 만드는 것
그리고 기존의 업무와 프로덕트와는 다른 차이있는 것을 생산할 수 있게끔 하는 것
그 모든 것의 시작점으로써 Delta라는 러닝랩을 시작한 것이었다.
시총 111조원으로 인도에서 2번째로 큰 SI업체 인포시스는 총 3번의 터닝포인트를 꼽는다.
그 중 첫번째가, 사내 캠퍼스 도입이다.
6개월 간의 몰입 교육과정에서, 조직원의 자질과 니즈 그리고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포지션과 업무를 부여한다.
인포시스가 꼽는 첫번째 변곡점은 나의 Delta에서 액티비티와 맞닿는 면이 있다.
육성과 운영 측면에서부터, 기존 우리 조직이 갖고 있는 방식과
구분되는 차이를 만들어야 한다고 직감적으로 생각해왔다.
나아가, 조직원들에게 경쟁력있는 프로덕트란 무엇인지 전파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개 많이 하는 것이, 앞서 나간 경쟁자 조사, 벤치마킹인데,
이 방식은, 선점 효과를 절대 뛰어넘을 수 없다는 한계를 갖는다.
그보다 항상 살아있는 시선과 준비된 지식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기획과 아이디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는 것.
그것이 Delta에서 뿌리내려야 할 어티튜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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